[광화문]불황형 흑자 비웃는 'K뷰티'

[광화문]불황형 흑자 비웃는 'K뷰티'

송기용 산업2부장
2016.08.20 03:43

K뷰티를 대표하는아모레퍼시픽(127,700원 ▼3,500 -2.67%)LG생활건강(236,000원 ▼3,000 -1.26%)의 기세가 무섭다. 최근 공개된 양사 상반기 실적은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워 장기불황에 시달리는 재계의 선망 대상이 됐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 상반기 매출 3조4790억원으로 사상 처음 3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21.8%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도 29.1% 증가한 7288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기업 평균 영업이익률 7.8%보다 3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LG생활건강도 만만치 않다. 상반기 매출이 17.6% 증가한 3조732억원으로 역시 사상 처음 3조원 벽을 깼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32.4%, 32.6% 증가한 4589억원, 3200억원을 기록했다.

양사 실적에서 특히 돋보이는 것은 이익뿐만 아니라 매출도 두 자릿수 성장했다는 점이다. 매출이 제자리 걸음하고 영업이익만 늘어나는 '불황형 흑자'에 시달리는 대다수 기업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한계산업으로 분류되는 조선·철강·화학, 성숙기에 접어든 IT·자동차와 대조적으로 무궁무진한 뷰티 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 아모레는 오는 2020년 매출 12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매출을 불과 5년 만에 현 수준의 '더블'로 늘리겠다는 것으로 성장둔화에 직면한 다른 기업은 엄두도 못 낼 숫자다.

이 같은 성공에는 서경배 회장, 차석용 부회장으로 대표되는 경영진의 탁월한 리더십이 있다. 선친으로부터 가업을 물려받아 30년간 화장품 한 우물만 판 끝에 세계 정상의 뷰티 기업으로 성장시킨 서 회장, '승부사' '인수합병(M&A) 귀재'로 불리며 보수적인 LG 기업문화를 바꿔놓은 차 부회장이 두 회사의 중심을 잡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양사의 눈부신 실적에 '한류'가 있었다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설화수' '후' 등 럭셔리(고가) 화장품이 중국, 홍콩 등 중화권에서 물건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누린 배경에는 드라마, 영화, 가요 등을 중심으로 한 한류의 뒷받침이 있었다.

올해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상영된 최고 히트작 '태양의 후예'에 간접광고(PPL)로 등장한 아모레퍼시픽 '투톤 립바'는 '송혜교' 립스틱으로 불리며 판매량이 500% 이상 급증했다. LG생활건강도 올 하반기에 '후' 전속모델 이영애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사임당 더 허스토리'의 양국 동시 상영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K뷰티가 진보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얼마 전까지는 동경하는 한국 스타들을 따라 하는 뷰티가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한국의 보편적인 아름다움과 문화, 즉 한국식 라이프 스타일 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한국인이 어떤 화장품을 사용하는가를 넘어, 어떻게 피부를 관리하고 뭘 먹고, 뭘 마시는지까지 관심 대상이다.

이렇다 보니 화장품과 생활용품, 식품 등으로 K뷰티 범주가 넓어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최근 경쟁적으로 샴푸, 분유, 애견용품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장미빛 환상만 있는 것은 아니다. K뷰티 자체의 경쟁력보다는 산업 외적인 측면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당장 중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가 우려된다. 중국과의 교역에서 최대 수혜산업으로 부상한 K뷰티를 경제보복의 본보기로 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술인증 및 검역을 강화해 비관세장벽을 높이거나 한국 방문 여행객을 일시 제한하는 등 중국 정부가 활용할 카드는 다양하다. 한국 연예인의 중국 활동 제한도 한류 열풍을 차단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무엇보다 화장품 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반한 감정의 확산이다. 실제로 사드 배치 결정 후 중국 포털사이트, SNS 등에 반한감정을 부추기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정부는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중국의 보복으로부터 K뷰티 산업을 보호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K뷰티가 단순한 화장품 제조업이 아니라 한류를 산업화한 선도업종인데다 신성장동력으로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K뷰티 기업들도 과도한 중국 의존도가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수출선 다변화 및 선진시장 공략을 가속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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