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실시된 미국 대선은 예상과 달리 트럼프 후보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트럼프의 승리가 확실해지면서 주요국 주가는 급락하고 안정통화인 엔화가 급등세를 보여 세계경제의 향방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었다. 클린턴의 승리와 미국경제의 완만한 경기회복과 함께 연말쯤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가 금리 인상에 나서고 달러가 소폭의 강세를 보일 것이란 기존 시나리오도 불확실해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계속되면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정책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자가 공언한 정책방향이 그대로 실행될지는 불확실하지만 극단적인 정책에 대한 불안감이 큰 것은 사실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중국제품에 45%의 보복관세, 멕시코와의 국경폐쇄, 이슬람교도의 미국 입국금지 등 자칫하면 세계 경제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각종 강경책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강경한 정책을 내세운 트럼프 당선자에게 많은 미국인이 지지를 보냈다는 사실을 보면 앞으로 전개될 미국의 변화에 세계가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번 선거로 트럼프의 공화당이 상·하원 의회를 장악했지만 강경한 정책에 대해서는 공화당 내부의 반발이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자의 극단적인 주장이 지지를 받는 배경에는 생활수준 악화에 대한 백인 노동자들의 증오심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풀타임 남성근로자 소득의 중간치는 실질기준으로 42년 이전 수준을 밑돌고 있다. 리먼쇼크 이후에는 소득격차가 더욱 심화된 데 대한 불만도 높은 상황이다. 선진국에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사태도 포함해서 전반적으로 기존 엘리트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고 포퓰리즘을 자극하는 극단주의적 정치세력이 강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선진국의 포퓰리즘 강화, 트럼프 시대 미국의 변화가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브렉시트의 경우도 금융시장 낙폭은 단기에 그쳐 영국경제 외의 파장은 한정되고 있다. 이번에 미국 대선으로 야기된 금융시장의 일시적 혼란도 점차 수그러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미국 정책기조의 커다란 변화가 미칠 파장을 중장기 관점에서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통상정책 측면에서 트럼프 당선자가 공약에 제시한 대로 중국 등 신흥국에 대대적인 무역보복에 나설 경우 강대국간 무역분쟁이 빈발함으로써 대중 무역이나 중국 내 비즈니스에 의존하는 우리 기업으로선 타격이 클 수 있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중국 및 미국 내수시장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독자적인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미국이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를 파기하고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를 무산시키며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중국 등과의 글로벌 협력을 후퇴시킬 가능성이 있다. 멕시코에 대미수출기지를 운영하는 기업으로서는 미국으로의 공장 이전을 포함한 대응이 필요하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미국의 글로벌한 리더십 약화로 중동정세를 비롯한 각종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가 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그때그때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확대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물론 트럼프 당사자가 공언한 대로 대규모 감세, 대규모 인프라 투자, 국내 제조업 부활 등의 경제정책에 성공해서 서민층의 소득향상을 수반한 경제성장률 2배 확대 목표가 달성될 경우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가 잘 나오지 않거나 일시적 현상에 그쳐 미국경제의 고민이 한층 심화할 리스크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