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최태원 회장의 좌청룡 우백호

[우보세]최태원 회장의 좌청룡 우백호

박준식 기자
2017.09.26 05:3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20대 그룹 오너 중에 창업주가 아닌 2세로 최태원 SK 회장만큼 산전수전을 겪은 이가 없다. 크고 작은 위기가 있었지만 기억에 남는 건 2004년과 2012년이다.

2004년의 고비는 '소버린 분쟁'이다. 외환위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SK네트웍스가 분식회계를 하고 최 회장이 법정에서 징역형을 논박하는 사이 투기자본 소버린이SK(381,500원 ▲26,000 +7.31%)지분을 15%를 매집해 그룹 전체의 주권 찬탈을 노렸다.

배경을 구구절절 설명할 것 없이 최 회장의 첫 번째 시련은 총수 자격을 검증한 사건으로 요약할 수 있다. 혈기가 있던 마흔넷의 당시 그는 어떻게 했을까.

최태원 회장은 고개를 숙였다. 얼굴도 못 본 해외자본의 공격과 국내 법정투쟁의 압박 속에서도 우군을 두루 찾았다. 결국 금융권에선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학계에선 장하성 고려대 교수 겸 소액주주 운동가가 그를 도왔다.

흥미로운 건 실무 과정이다. 위기의 모든 과정에서 뛰어난 책사가 활약했다. 그가 현재 SK텔레콤 사장이자 당시 비서실장이던 박정호다. 박 사장은 최 회장의 대학 후배로 24시간 참모 역할을 맡아 자신의 리더를 위기에서 지켜냈다.

그렇다면 8년 후, 2012년의 위기는 어땠을까. 2004년보다 총체적이진 않았지만 최태원 회장 개인과 그룹 전체엔 훨씬 큰 변곡점이었다.

SK는 당시 하이닉스 인수를 고민했다. 정유와 통신이라는 두 가지 내수 산업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한계점으로 지적됐다. 삼성과 현대차처럼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어떤 도약대가 필요했지만 반도체는 낙폭이 큰 위험한 산업이었다.

대부분의 임원이 반대할 때 인수를 고집한 이가 박정호 사장이다. 하이닉스의 옛 주인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을 보좌하던 조준호 사장부터 거래 논의를 아예 막아섰다. 그러나 박 사장은 그게 감수할만한 위험이라고 보스를 설득했다.

그는 자문사로 맥쿼리와 메릴린치를 동시에 썼다. 한쪽엔 산업분석을, 나머지엔 유상증자 방식의 위험감소 거래를 맡겼다. 결과는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SK하이닉스다. 최 회장이 이후 3년여간 자리를 비우고 정유 등 주력업이 흔들렸을 때 실상 하이닉스가 그룹을 지켜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최 회장에게 책사가 한 명뿐일까. 그는 권력이 집중돼 관료제 내에서 편가르기와 줄서기가 벌어지는 폐해를 경험을 통해 분명히 인지한다고 한다.

최태원의 우백호는 그가 삼고초려한 조대식 사장이다. 삼성 재무실에 있던 죽마고우를 2007년 재무담당 임원으로 영입해 2013년 대표이사를 맡겼다. 그는 SK와 SK C&C 합병으로 새 지배구조를 완성하고 올해 수펙스 의장을 맡았다.

조 의장이 SK머티리얼즈를 인수하자, 박 사장은 도시바 프로젝트를 꺼냈다. 조 의장이 실트론을 덧붙이자, 박 사장은 놓칠 뻔했던 도시바 인수전에 애플을 끌어들였다. 두 사람은 대학 선후배이자 이제 SK 내부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는 라이벌이다. 최 회장의 용병술을 알게 되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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