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노후실손과 '닮은 꼴' 유병자 실손에 대한 우려

[우보세]노후실손과 '닮은 꼴' 유병자 실손에 대한 우려

전혜영 기자
2017.09.27 04:31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금융당국이 내년 4월에 유병력자 실손의료보험(이하 유병자 실손보험)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과거 5년간 치료 이력이 있는 경우 실손보험 가입이 불가능했지만 이를 2년으로 단축하고 필요할 경우 특정질병에 대해 일정 기간 보장을 제한하되 가입거절은 최소화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특히 유병자는 보험료가 높은 것이 불가피한 만큼 본인 부담률을 상향 조정하거나 보험사 공동인수 방식 등을 활용해 보험료를 최대한 낮추기로 했다.

금융위원회가 유병자 실손보험 출시를 우선 추진과제로 발표함에 따라 그간 지지부진하던 당국과 업계의 논의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부터 8개 생명·손해보험사 및 유관기관과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유병자 실손보험 개발을 논의해 왔다. 하지만 당국과 업계는 최근까지 유병자 실손보험의 보험료 책정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보험업계도 과거의 병력으로 보험 가입을 거절당하기 십상이던 유병자들이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보험 사각지대를 없애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무리하게 보험료를 인하하면 결국 유명무실한 정책성 보험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패한 상품으로 꼽히는 노후실손보험과 유사한 구조이기 때문에 상품 출시만 서두르다가 비슷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2014년 금융당국 주도로 도입된 노후실손보험은 고령층의 취약한 경제력을 감안해 보험료를 일반 실손보험의 70~80% 수준으로 책정했다. 보험사는 팔수록 손해를 보는 노후실손상품의 판매를 꺼렸고 저조한 가입율에도 불구하고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인 손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보험료는 매년 인상되고 있다. 보험료가 오르니 가입율은 더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노후실손보험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유병자나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건강보험이 일반 건강보험보다 보험료가 비싼 것처럼 실손보험도 손해율이나 위험률이 더 높은 유병자나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의 보험료가 일반 실손보험보다 비쌀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억지로 보험료를 낮추려다 보면 보장 혜택이 줄어들어 가입 유인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유병자 실손보험의 보험료를 낮출 방안으로 본인 부담률을 높이는 방안과 공동인수제를 꼽는다. 공동인수제는 사고나 병력 등이 잦아 보험 가입이 쉽지 않은 가입자를 위해 보험사들이 공동으로 보험계약을 인수하는 제도다. 특정 보험사에게 쏠릴 수 있는 위험을 나누는 차원이지 궁극적으로 손해율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은 아니다. 또 유병자들은 본인 부담금을 내더라도 보험을 적극 이용할 가입자이기 때문에 본인 부담을 상향하더라도 손해율은 계속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민간보험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 일정 부분 공익성을 감안해 손해를 감수한다 하더라도 자선사업 하듯 상품을 판매할 순 없다. 유병자 실손보험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보험사가 부담하는 손해율 한도(로스캡)를 정하고 초과하는 부분은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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