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완전자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국정감사장에서 이 같은 긍정 시그널을 보낸 후 '휴대전화 단말기 완전자급제(단말기 자급제)'를 둘러싼 시장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동통신사는 통신 서비스만 팔고 단말기는 제조사가 따로 팔라는 게 단말기 자급제의 골자다. 이통사 또는 단말기 제조사간 경쟁이 활성화되면서 국민의 가계통신비도 자연스럽게 낮아질 것이란 기대다.
하지만 이 제도가 도입된다면 30년간 고착돼왔던 단말기 유통 시장의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기존 이동통신 판매·대리점들이 반발하는 이유다. 이들 입장에선 미래가 불안하다. "자급제가 도입되면 거리에 나앉을 것"이라고 호소한다. 자급제 도입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던SK텔레콤(93,800원 ▲4,800 +5.39%)을 상대로 판매 보이콧에 나서기도 했다.
언뜻 카카오 카풀(승차공유)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집단 반발하고 있는 택시업계와 오버랩 된다.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 기사 모집에 나서자 7만여 명의 택시업계 종사자들이 대규모 항의 집회를 개최했다.
이곳저곳에서 새로운 변화와 이에 대항하는 기존 기득권층의 저항이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수십년 간 유지돼왔던 시장질서가 한순간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보니 생존권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불안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렇다고 급변하는 시대 변화에 제 때 대응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영원한 '갈라파고스'로 남을 수 있다.
이쪽저쪽 눈치만 보고 있는 정부기관과 국회가 가장 큰 문제다. 우버와 그랩, 디디추싱 등 해외 카풀 서비스가 해외 주요국에서 빠르게 자리 잡는데 한국에서만 불법 서비스로 낙인 찍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이들 책임이 크다.
이럴 때일 수록 소비자 편익을 가장 우선해야 한다. 승차 공유 서비스를 둘러싼 정책에선 출퇴근 시간 혹은 늦은 밤이면 언제나 택시를 잡지 못해 허둥대는 승객들을, 통신 시장 정책에선 가계통신비에 일희일비하는 통신 소비자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카풀과 자급제를 둘러싼 팽팽한 대립각 속에 국민 편익은 외면 당하고 있다. 시장 혁신을 둘러싼 갈등의 해법도 그 속에서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