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멈춰선 마이바흐, 갈림길 위의 삼성

[기자수첩]멈춰선 마이바흐, 갈림길 위의 삼성

심재현 기자
2019.05.08 17:55
마이바흐 62S. /사진제공=마이바흐
마이바흐 62S. /사진제공=마이바흐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 지하주차장 3층엔 운행하지 않는 차가 한 대 있다. 마이바흐 62S 랜덜렛. 이건희 삼성 회장의 애마(愛馬)다.

이 회장은 2009년 함께 구입한 롤스로이스 팬텀보다 이 차를 더 즐겨탔다. 이 회장이 마지막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보였을 때 탔던 차도 이 차다. 2014년 5월10일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기 한달여 전 96일 동안의 일본 출장을 마치고 김포공항으로 귀국했을 때다.

2013년 점검 때 주행거리가 2만㎞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이 쓰러진 뒤 이따금 차량 유지·보수를 위해 운행하는 것을 제외하면 줄곧 지하주차장에 서 있으니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창때 멈춰선 게 아쉬울 수밖에 없는 차다.

삼성에서 마이바흐는 고급 승용차 이상의 의미로 통했다. 이 회장을 상징하는 아이콘이었다. 삼성 바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마이바흐를 탔지만 유독 '마이바흐는 이건희'였다.

오는 10일이면 마이바흐가 멈춰선 지 만 5년이 된다. 이 회장의 구체적인 병세는 공개되지 않지만 온전한 복귀를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다. 그래도 이맘때면 어김없이 이 회장을 떠올리는 건 그의 공과와 통찰 때문일 게다.

올해 삼성이 마주한 현실은 그가 20여년 전 신년사에서 지적했던 대로 위기와 기회의 갈림길이다. 이 회장은 "삼성은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닌 원칙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시 달릴 새로운 마이바흐가 어떤 길 위에 있을지. 이 회장의 쾌유와 이재용 부회장의 분투, 삼성과 우리 경제의 건승을 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심재현 특파원

머니투데이 뉴욕 특파원입니다. 뉴욕에서 찾은 권력과 사람의 이야기. 월가에서 워싱턴까지, 미국의 심장을 기록하겠습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