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배민' 매각, '먹튀'가 아닌 이유

[기자수첩]'배민' 매각, '먹튀'가 아닌 이유

고석용 기자
2019.12.25 15:39

"스타트업 생태계 측면에서는 상당히 기쁜 소식인데... 여론을 보면 억울한 측면도 있죠."

딜리버리히어로의 우아한형제들 인수에 대한 여론에 스타트업계 한 관계자는 이같이 토로했다. "우리가 게르만족이 됐네" "돈이면 다 팔아 치우는 민족이냐?"는 등 부정적 여론에 이번 매각이 평가절하될까 하는 우려에서다.

특히 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창업가가 이윤에 눈이 멀어 회사를 외국자본에 팔았다는 지적이다. 토종 브랜드가 외국계 회사가 된 것이 아쉬울 수는 있으나 '먹튀' 비판은 과도하다. 매각은 창업과 투자유치, 회수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절차 중 하나여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창업가들의 목표는 회사를 삼성·현대 같은 대기업으로 만드는 데만 국한되지 않는다. 신기술이나 발상의 전환으로 창업하고 해당 기술·서비스를 전문적이고 큰 회사에 매각하는 것도 최근의 추세다. 창업의 노력을 보상받고 매각 뒤 사업을 확장할 수 있어서다. 정부까지 나서서 스타트업 인수합병(M&A)을 통한 '개방형 혁신'을 장려하는 이유다.

매각 후 행보만 봐도 '먹튀' 비난은 과도하다. 매각 후 인수기업에서 사업을 운영하며 꿈을 이어가는 창업자들은 무수히 많다. 박병열 헬로네이처 대표는 SK에 회사를 매각한 후 회사에 남아 경영을 이어갔고 '김기사' 앱을 만든 김원태 대표 등도 카카오 매각 후 카카오에서 관련 사업을 담당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역시 매각 후 딜리버리히어로에서 아시아사업을 총괄할 예정이다.

매각이 또 다른 창업이나 후배 창업가 육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과 이재웅 쏘카는 기업 매각 후 또 다른 창업에 뛰어들었고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나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는 매각자본으로 후배 창업가들에 투자했다. 매각으로 얻은 자본·경험이 창업생태계에 축적되는 셈이다.

이번 매각이 배달시장 독과점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란 우려는 일리가 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비방은 옳지 않다. 수 많은 창업가들의 롤모델이 탄생했고, 창업생태계에는 긍정적인 신호가 켜졌다. 기업 매각을 '먹튀'라고 비난하는 환경에서 제2 벤처붐은 요원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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