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실적 강력하지만 늘어나는 버블 신호…숏 스퀴즈로 더 오를 수도[오미주]

AI 실적 강력하지만 늘어나는 버블 신호…숏 스퀴즈로 더 오를 수도[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6.06.02 18:05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미국 증시가 AI(인공지능) 호황에 힘입어 강력한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6월 첫 거래일인 1일(현지시간)에도 미국 증시 3대 주가지수는 사상최고가를 경신했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8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이같은 랠리는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AI 수혜주가 주도하고 있다. 올 1분기 어닝 시즌 동안 AI 성장세가 실적으로 증명되며 상승 모멘텀을 제공해 왔다.

S&P500지수 올들어 추이/그래픽=이지혜
S&P500지수 올들어 추이/그래픽=이지혜

이날 장 마감 후에도 서버회사인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HPE)와 데이터 전송용 케이블 회사인 크레도 테크놀로지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하며 AI 수요 급증세를 입증했다. 이에 따라 HPE는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28.0% 급등했다. 반면 크레도는 주가가 최근 3개월간 2배 상승한 가운데 매출액총이익률이 소폭 하락한 것이 흠으로 작용해 시간외거래에서 11.7% 급락했다.

이는 실적 기대감이 AI 수혜주를 끌어올렸지만 주가가 너무 많이 오른 만큼 투자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져 약간이라도 미흡한 부분이 발견될 경우 주가가 급락에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울러 AI 수혜주들의 실적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조하지만 기술적 분석상 버블 신호가 강해지고 있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가장 우려되는 현상은 3대 주가지수는 연일 신고점을 기록하는데 사상최고가 경신 종목은 극히 적다는 사실이다. 극소수 종목이 큰 폭으로 상승하며 지수를 끌어올리는 양상이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fA)의 전략가인 마이클 하트넷은 S&P500지수가 지난주 금요일(5월29일)에도 사상최고가를 경신했지만 편입 500개 기업 중 사상최고가를 기록한 종목은 단 20개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AI 붐과 관련이 없는 기업은 7개뿐이었다.

하트넷은 닷컴 버블이 정점을 쳤던 2000년 3월 당일에도 S&P500 기업 중 사상최고가 경신 종목은 20개뿐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투기적인 주가 움직임"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현상 자체가 버블이 정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하트넷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과 금리 상승이 버블의 종말을 촉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1일에도 S&P500지수는 신고점을 경신했지만 사상최고치와 거의 일치하는 52주 최고치 경신 종목은 500개 편입 종목 중 24개에 불과했다. 또 상승한 업종은 정보기술(IT)과 에너지뿐이었고 상승한 종목도 하락한 종목보다 더 적었다.

상승 종목 수와 하락 종목 수를 비교하는 AD 라인(Advance-Decline Line)은 증시가 바닥을 쳤던 지난 3월말 급등한 뒤 4월 중순부터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는 하락 종목 수 대비 상승 종목 수의 비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기술적으로 약세 신호다.

주가지수를 보면 고점이 계속 올라가며 잔치 분위기인데 장기 추세선인 200일 이동평균선을 웃도는 종목도 강세장이라고 하기엔 많지 않다. BCA 리서치는 지난 5월20일 기준으로 S&P500 기업 가운데 약 55%만이 200일 이동평균선 위에 있다며 "미국과 신흥국 주가지수가 신고점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상승 흐름은 극히 좁은 종목에 집중돼 있다"며 "부진한 시장의 폭(Breadth)는 종종 주식시장의 근본적인 취약성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콜옵션을 공격적으로 매수하고 있다는 점도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는 신호로 꼽힌다.

지난주 금요일(5월29일) 기준으로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콜옵션 대비 풋옵션의 5일 이동평균은 0.452로 내려갔다. 이는 2022년 3월30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당시는 이미 침체장이 시작됐지만 투자자들이 조정이 짧게 끝날 것으로 기대하면서 첫번째 베어 마켓 랠리가 나타날 때였다.

이에 대해 아버터 인베스트먼트의 사장인 마크 아버터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콜옵션 수요가 풋옵션 수요보다 두 배 이상 많다는 의미라며 지금 당장 직접적인 매도 신호는 아니지만 투자자들이 신중해야 할 이유는 된다고 말했다.

밸류에이션 부담도 주목할 만한 버블 신호다. AI 수혜주의 급등으로 S&P500지수가 상승세를 이어가며 주식 투자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국채 대비 S&P500지수의 리스크 프리미엄은 최근 0으로 떨어졌다.

주식의 리스크 프리미엄이란 주식의 이익수익률과 10년물 국채수익률의 차이를 말한다. 이익수익률은 주가 1달러당 기대되는 순이익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의 역수다.

즉, 주식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0이라는 것은 원금 손실 리스크가 있는 주식에 1달러를 투자해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순이익이 원금이 보장되는 국채에 투자해 얻는 이자와 같다는 의미다. 현재 S&P500지수의 리스크 프리미엄은 닷컴 버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증시의 밸류에이션 이 극도로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버블의 신호는 늘고 있지만 버블이 언제 터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WSJ에 따르면 최근 헤지펀드들의 공매도 포지션은 10년만에 최고 수준이다. 버블은 대개 시장에 비관론자가 거의 사라질 때 정점에 도달한다. 이같은 역사적 사실을 고려할 때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자금이 많다는 것은 역으로 증시가 더 상승할 수 있음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증시가 더 오르면 대규모 공매도 포지션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서둘러 주식을 되사서 갚는 숏 스퀴즈가 발생하면서 증시가 큰 폭으로 뛰어오를 수도 있다.

한편, 2일에는 개장 전에 할인 매장인 달러 제네럴이 실적을 발표한다.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11시)엔 노동부가 미국 경제의 노동력 수요를 보여주는 지난 4월 구인 규모를 공개한다. 장 마감 후에는 사이버 보안회사인 팔로알토 네트웍스가 실적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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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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