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뜨겁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 24일 월성원전 1호기 영구정지를 결정한 게 부채질을 했다. 한쪽은 정부가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해 경제성을 고의로 조작해 영구정지를 밀어붙였다고 반발한다. 다른 쪽은 안전성을 고려했을 때 영구정지가 불가피하다고 맞선다.
날선 공방에 정작 에너지정책 본질에 대한 고민은 빠져있다. 에너지정책의 뼈대는 수급 안정성(안보)과 지속가능성이다. 원전이 값싸고 안정적일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녹색에너지라고 인정해도 초점을 월성 1호기로 한정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당초 예정됐던 계속운전 시한인 2022년은 불과 2년 남았다. 2011년 후쿠시마 사태 이후 5900억원을 들여 노후 설비를 교체하고 안정성을 보강했다지만 앞으로 강화될 안전규제를 고려하면 추가 설비투자가 불가피하다. 설비용량 678㎿의 월성 1호기를 계속 돌려야 할 만큼 전력수급 상황이 곤궁하지도 않다.
더 큰 문제는 사후관리다. 월성 1~4호기는 다른 원전과 달리 중수로다. 천연우라늄 연료를 사용해 핵연료 교체 주기가 짧다. 사용후핵연료 배출이 많아 사후관리 부담이 크다.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정책이 사실상 '제로'인 한국에서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던지는 것이 당연하다. 당장 더 돌려 전기판매로 이익을 본다고 ‘경제적’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는 의미다.
곁가지를 걷어내면 월성 1호기 영구정지 논란의 본질은 결국 문재인정부 상징이 돼버린 탈원전 정책에 대한 힘겨루기다. 찬반 양측 진영 모두 ‘밀리면 끝난다’라는 정치적 위기 의식만 남았다.
에너지정책이 국익을 극대화하려면 가치중립적 최적화가 이뤄져야 한다. 이념적 가치판단이 개입해선 안 된다. 세상에는 나쁜 에너지도 없지만 좋기만 한 에너지도 아직 없다. 백년지대계인 에너지정책을 수립하는 데 치열하게 논쟁하는 것은 좋지만 답이 정해진 이념 논쟁에 골몰할 만큼 국가에너지가 남아도는 것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