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이동걸의 원칙, 쌍용차의 미래

[광화문]이동걸의 원칙, 쌍용차의 미래

강기택 금융부장
2020.06.23 04:51

일이 뒤죽박죽되는 것은 원칙을 지키지 않아서일 때가 대부분이다. 나쁜 선례를 만들면 그다음부터 일을 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KDB산업은행이 지난 17일 온라인 브리핑을 열어 쌍용자동차 지원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했다. 대주주의 희생과 노사의 자구노력, 회사의 지속가능성 등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돈만 넣으면 기업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은 오산”이라며 ‘지속적인 생존 가능성’을 언급했다. 쌍용차 대주주 마힌드라에도 “최선을 다해줄 것”을 촉구했다. 기업안정기금은 코로나19(COVID-19) 발생 이전부터 경영에 문제가 있는 회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면서 선을 분명히 그었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새로운 게 아니다. 산은이 지켜온 구조조정의 불문율이다. 두산중공업에 자금을 주면서 두산그룹과 오너일가에게 요구한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다 쌍용차는 두산과 달리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2300억원의 투자계획을 제시했다가 철회했다. 급한 대로 400억원의 유동성만 투입했다. 산은이 지원할 근거와 명분이 사라진 것이다.

산은의 자본여력도 부족하다. 산은의 올 1분기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3.33%로 지난해 말보다 0.73%포인트 낮다. 이 때문에 3차 추가경정예산으로 1조6500억원의 자본확충을 하기로 했다. 세금이 들어가는 것이다.

이 회장이 마음 먹고 발언한 내용을 보면 적어도 산은은 쌍용차에 대한 정치적 고려의 가능성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재무적 판단과 정무적 판단 중 전자를 우선한 셈이다.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지난 1월 방한해 이 회장뿐 아니라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과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을 만났다. 정부가 진 정치적 빚을 상기하기 위해서다.

2018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에 갔을 때 해고자 복직을 아난드 마힌드라 마힌드라그룹 회장에게 요청했고 이를 쌍용차가 수용했다. 이후 산은은 쌍용차에 1000억원을 빌려줬다.

그러나 현재 쌍용차는 정치로 앞날을 도모할 수 없는 처지다. 연간 16만대가 손익분기점인 쌍용차의 1분기 판매량은 2만4139대로 1년 전보다 30.7% 줄었다. 2016년 4분기부터 13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지난 1분기엔 회계법인이 감사의견을 거절할 정도로 재무상태가 악화했다.

쌍용차 노사가 상여금 반납, 복지혜택 축소, 임금동결 등으로 비용을 줄이고 부산물류센터를 263억원에, 서울서비스센터를 1800억원에 팔아 현금을 마련했지만 이것으론 연명은 할 수 있어도 정상화하거나 경쟁력을 갖추긴 어렵다.

국가기간산업인 발전 분야에서 대체사업자가 없는 두산중공업과 시장에서 위치도 다르다. 국내 점유율은 지난해 말 7%에 그쳤다. 수출도 한창때의 3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 삼성전자 평택공장이 생기면서 지역경제에서 존재감도 약화됐다. 다시 말해 한국 자동차산업이나 평택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9년 법정관리에 들어갈 때와 같지 않다.

그러니 산은의 스탠스도 더 중요한 기업들을 살려야 하며 경제적 논리가 아닌 다른 요인으로 돈을 헛되이 쓸 수 없다는 쪽일 수밖에 없다. 물론 정치권이나 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돕는 게 아니라 스스로 도와야 채권단도 도울 수 있다는 간단명료한 룰을 견지하는 것은 그것 자체로 결단이 필요한 일이었다.

결국 쌍용차는 마힌드라가 어떤 방식으로든 대주주로서 역할을 하거나 혹은 원매자를 찾거나 해서 생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 이미 쌍용차가 주관사를 선정하고 해외 자동차업체들과 유상증자 또는 지분매각 협상을 하고 있다고도 한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날지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앞으로의 과정에서 산은의 원칙이 훼손돼선 안 되며 마힌드라와 쌍용차는 스스로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는사실이다. 상황은 만만치 않지만 해피엔딩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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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택 논설위원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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