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개인 이익과 공동체 이익

[기고]개인 이익과 공동체 이익

설동성 군포시청 홍보기획과
2020.08.25 17:06

개인이 중요한가? 개인이 모인 공동체가 중요한가? 어려운 질문이다. 사회 공동체는 개인들로 구성된다. 개인없이는 공동체도 불가능하다. 반대로 공동체를 벗어난 나 홀로 개인도 의미가 없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개인과 공동체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셈이다. 단순하게 보면 개인과 공동체의 이익은 정비례한다. 개인이 잘되면 공동체도 잘 굴러간다. 영국의 공리주의 철학자 제레미 벤담은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하면 그것이 옳은 일”이라고 했다. 반대로 개인이 피해를 입고 그 피해가 누적되면 공동체 전체에게로 피해가 돌아간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개인과 공동체의 이해관계가 어긋날 때가 더 많을 것이다.

이런 고민은 2000년 전 고대시대에도 있었던 모양이다. 폴리스라고 불린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에서 “폴리스는 공동체중에서 최고의 것이고, 최고의 선(善)을 실현해줄 수 있는 정치공동체다. 우리는 폴리스가 개인에 앞선다고 확인한다“고 역설했다. 물론 시간적으로 개인이 폴리스보다 먼저 존재했지만, 인간은 폴리스에 살면서 비로소 본성을 실현하므로 폴리스가 개인에 앞선다는 것이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다. 국가 이익이 개인 이익보다 앞선다는 것으로 읽힌다.

현대에 와서는 어떨까? 권위자 두 명의 의견을 들어보자. 정치철학자 존 롤스 교수는 ‘사회정의론’에서 “인간을 존중한다는 것은 인간이 전체 사회의 복지에 의해서도 침해될 수 없는 정의에 입각한 불가침성을 갖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 교수는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사회는 시민들이 사회 전체를 걱정하고 공동체에 헌신하는 태도를 키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이클 샌델 교수가 공동체의 이익에 주안점을 뒀다고 한다면, 존 롤스 교수는 개인의 이익에 방점을 찍었다고 할 수 있다. 대가들간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기계가 아니라 사람들의 일이기에 정답이 없을 지도 모르겠다.

눈길을 한국으로 돌려보자. 개인 이익과 공동체 이익의 엇박자는 코로나19 대응에서도 나타난다. 확진자가 발생할 때마다 지자체는 고민에 빠진다. 확진자 정보를 어디까지 어떻게 공개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주민들은 해당 지역, 지자체, 더 넓게는 국가의 안전이라는 공동체 이익을 위해 확진자의 성별, 나이, 주소, 직업, 확진자가 다녀간 식당 이름 등 동선을 낱낱이 공개하라고 요구한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다는 점에서 타당하다. 반면에 확진자 본인이나 확진자가 다녀간 식당 등은 개인정보나 식당 이름이 공개되는 것은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항변한다. 감염으로 인한 격리 만으로도 힘든 일인데 여기에 더해 개인생활 침해, 즉, 개인이익 손실까지 가해진다는 것이다. 나름 일리가 있다. 프랑스 일부 언론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고, 한국 정부는 사실을 왜곡한다며 반박하기도 했다.

정부가 정보공개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정해주면 일선 지자체는 자체 상황에 맞게 조정한다. 공동체 이익을 보장하는 범위 안에서 개인 이익도 실현해주는 절충점을 찾아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코로나19 확산이 심할 때는 위기감이 커지는 만큼, 공개 내용이 확대된다. 반대로 진정세를 보이면 공개 내용이 줄어든다. 어느 경우든 개인이나 공동체 모두 불만이다. 개인 이익과 공동체 이익이 날카롭게 맞선다. 지자체의 고민이 깊어진다. 어차피 정답이 없는 방정식이다. 공동체도 중요하지만, 개개인 모두 공동체의 소중한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가 무섭게 재확산 추세를 보이자, 확진자 관련 정보를 상세히 공개하라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금은 비상 상황이다. 잘못하면 공동체가 붕괴할 위험도 있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정보공개를 어떻게 해야 할지 지혜롭게 대처해야겠다. 확진자 정보 공개를 둘러싼 논란 이전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야말로 개인 이익을 실현하는 동시에 공동체 이익도 지키는 지름길일 것이다.

개인 이익과 공동체 이익의 충돌은 가정이든, 지역이든, 국가든 마찬가지 현상인 것 같다. 휴일에 가장은 집에서 쉬고 싶다. 자녀들은 가족의 단합을 명분으로 가족 모두 놀러갈 것을 요구한다. 이 때 가장은 어떻게 해야 하나? 개인 이익을 택해야 할까? 가족이라는 공동체 이익을 추구해야 할까? 여기에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생겼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가장은 어떤 결론을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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