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대통령과 지지율

[광화문]대통령과 지지율

김익태 정치부장
2020.12.08 05:41

대통령 지지율은 단순 숫자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지지율은 곧 국정운영의 추동력으로 읽힌다. 이를 뒷배 삼아 칼자루를 쥐고 국정운영을 주도할 수 있지만, 때론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통상 지지율 40%는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원활하게 해나갈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콘크리트’로 여겨졌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40%가 붕괴됐다. 집권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무슨 일이든 원인 분석이 중요하다. 정확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대안이 나온다.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 원인과 이에 대한 집권 여당 내 인식이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지율 조사에서 흥미로운 것은 주요 지지층, 이른바 ‘집토끼’가 이탈했다는 점이다. 호남, 진보층, 여성, 50대에서 낙폭이 컸다. 전략적 의미를 지닌 계층과 집단에서 심상치 않은 변화들이 포착된 것이다.

지지율 하락 원인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애매모호하게 답했다. 이는 곧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됐다.

정권 핵심들의 발언은 보다 구체적이었다. 지지층 이탈의 원인을 단순하게 검찰개혁 부진에서 찾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출범시키고, 윤 총장을 하루라도 빨리 찍어내면 지지율이 회복될 것이라 자신했다. 지지율 하락이 윤 총장 때문이란 것인데, 과연 그럴까.

어쨌든 검찰개혁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힘에 의한 통제가 아니었다. 민주적 통제는 절차의 정당성을 통해 완성된다. 거칠고 성급하고 감정적인 추 장관은 민주적 통제의 탈을 쓰고 절차적 정당성을 내팽개치는 심각한 하자를 저질렀다.

결국 검찰 개혁의 본질은 실종되고 추미애-윤석열의 ‘막장 드라마’만 남게 됐다. 이로 인한 정치적 손실이 너무 컸다. 일정 부분 지지율로 나타났고, 내년 서울·부산 시장 재보궐 선거 판을 여권에 불리하게 만들어버렸다.

문제는 지지율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이 다른 곳에 있다는 점이다. 4일 한국갤럽 조사(자세한 조사 개요·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를 보면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부정평가 이유로 부동산 정책(22%)이 압도적 1위로 꼽혔다. 법무부·검찰 갈등은 9%에 그쳤다. 그런데 윤 총장의 과오를 떠나 작금의 사태에 대한 책임이 추 장관에게 더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이 밖에 인사 문제(8%),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7%)도 나왔다. 결국 경제 문제가 30% 가량 차지했다. 민심은 ‘가뜩이나 부동산과 코로나19(COVID-19)로 먹고 살기 힘든데 추-윤 갈등 갖고 이러고 있을 때냐’고 묻는데, 지지율 하락 원인의 번지수를 잘못 짚었도 한참 잘못 짚었다는 의미다.

개각을 통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교체했지만, 청와대는 경질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그 후임자의 이력과 과거 발언을 살펴보면 부동산 정책 기조가 바뀔 것 같지도 않다. 숨겨진 것은 빙산의 하단에 있는 부동산·경제, 즉 민생의 문제다. 그런데 지지율 하락 원인을 단순히 윤석열 찍어내기로 단순화해버렸다. 잘못된 분석일 뿐 아니라 국정의 추동력인 지지율을 갖고 단순한 숫자 놀음을 할 때도 아니다.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지기 시작할 때가 진짜 위기다. 실물 경제는 바닥이고, 그나마 호조를 보이고 있는 증시 역시 유동성이 만들어 낸 허상일 공산이 크다. K 방역으로 압도적 총선 승리를 거뒀지만, 이마저도 무너지고 있다. 미국도 정권 교체기라 교착 상태인 북미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 쉽지 않은 여건이다.

과거 밀리면 안 된다며 민심과 반대로 가서 이를 이겨낸 정권은 없었다. 박근혜 정권도 이명박 정권도 지지율 추락에 대응한 쇄신 조치를 내놓지 못하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결국 민심에 귀를 기울이라는 국민의 경고다. 집권 4년 차를 지나고 있는 문 대통령이 레임덕 없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는 결국 오롯이 문 대통령 자신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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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태 편집담당 상무

안녕하세요. 편집국 김익태 편집담당 상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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