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컴퍼니콤플렉스[우보세]

수퍼컴퍼니콤플렉스[우보세]

우경희 기자
2020.12.28 05:3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오전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관련 기업인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오전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관련 기업인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코로나19(COVID-19) 백신때문에 머리가 아파요." 한 대기업 총수가 말했다. 백신 부작용으로 머리가 아픈거면 차라리 나을것 같다고 했다. 구할 수 없는 백신을 구하느라 머리가 아프다는거였다. 재벌 총수가 왜? 본인이 맞을 백신은 아니라고 했다. "일부 기업엔 개별적으로 알아서 구하라고 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어디선가 '백신을 좀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상황인듯 했다. 대체 누가?

5대그룹에 속하는 한 대기업 고위관계자는 지난주 정부부처의 호출을 받아 세종시로 급히 내려가야 했다. 이 대기업은 계열사로 백신 제조기술을 가진 바이오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기자에게 이 소식을 전한 해당 그룹 관계자는 "그런데 그분은 왜 거길 불려들어갔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대체 왜? 궁금한게 많았지만 취재를 더 이어갈 수 없었다.

이런일도 있었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얼마전 백신 수급상황을 설명하며 "질병관리본부와 한 민간기업이 함께 뛰고 있다"고 말했단다. 질본이 뛰는거야 응당 맞는 일이겠지만, 민간기업이 뛰고 있다니. 백신은 국가별로 R&D(연구개발) 투자 성과에 따라 공급 선후가 정해지며, 공급량도 엄격하게 제한되는 품목이 아니던가. 근데 왜 민간기업이?

코로나19 확산 초창기, 전국이 그야말로 마스크 대란을 겪었다. 국민들은 마스크를 구하려 약국에 줄을 섰다. 설비가 부족해 밤을 새워 공장을 돌려도 제품을 대지 못하다가 또 소재가 모자라 공장을 가동하지 못하는 '깜깜이 운영'이 반복됐다. 기업들이 나섰다. 다른걸 만들 소재를 돌려 마스크를 생산하게 하고, 외국에서 마스크 소재를 대량으로 구해 배로 실어나르기도 했다.

코로나19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가 동일하게 직면한 초유의 위기상황이다. 사회 모두가 일말의 책임감을 갖는건 당연하다. '4인 이상 모이지 말라'는 말을 '3인까지는 모여도 된다'는 식으로 해석하지 않는 것, 누가 보지 않아도 알아서 마스크를 챙겨쓰는 것, 예정됐던 연말 가족여행을 한 번 더 미루는 것 등 크고 작은 일들이 모두 이런 책임감에 바탕을 둔다.

기업도 당연히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 마스크 대란의 파고를 넘는데 이미 한 차례 그런 역할을 했다. 줄줄이 성금을 내 의료시설과 코로나19 피해자들을 지원했다. 팬데믹이 발생하자 연수원 등을 치료공간으로 제공했다.

코로나19 초반부터 이뤄진 빠른 사업장 폐쇄와 빈틈없는 방역조치도 아무도 칭찬하진 않았지만 칭찬받아 마땅할 일이다. 종교시설과 식당 등에서 줄줄이 대규모 감염이 터졌음에도 민간기업에선 물류업종 일각을 제외하면 그런 사례가 거의 없다. 만약 매일 모이는 회사에서 방역망이 무너졌다면, 상상만으로도 눈앞이 캄캄하다.

아무리 비상사태라 해도 시민에게 시민의 책임감 이상을 요구하는건 지나치다. 그런데 기업엔 유독 잣대가 다르다. 정부부처에 불려갔다던 기업 관계자는 "우리가 백신을 빨리 생산하겠다고 했었는데, 빨리 못 만들어서 그룹 입장이 난처해지면 어쩌나 걱정이 된다"고 했다. 저 기업은 왜 그런 걱정을 해야 하나. 과연 건강하고 정상적인 걱정인가. 왜 기업에 '수퍼컴퍼니'를 강요하고 있나.

압박이 꼭 외부에서만 이뤄지는것도 아니었다. 한 완성차업체 노사는 최근 수차례 파업 끝에 극적으로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을 타결했다. 수만대의 생산차질로 회사는 크게 상처입었지만 노조는 150% 성과금과 100만원대 상품권, 역시 100만원대 격려금 지급을 얻어냈다. 그런데 외부 공개되지 않은 약속이 또 있었다. 회사가 코로나19 백신을 최대한 확보해 노조에 지급하라는 요구였다. "백신을 정말 구할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회사 관계자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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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 the300 국회팀장 우경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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