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오전 9시부터 약 3시간 20분간 진행된 삼성전자의 제52차 주주총회는 일부 주주들의 의견을 제외하면 모든 안건이 별 무리 없이 순조롭게 통과됐다.
1998년 시민단체의 투쟁적 발언으로 13시간 30분간 진행됐던 최장 시간의 주주총회나, 그 후 동의와 재청에 이은 박수로 1시간 정도만에 끝났던 여느 때의 주총과는 달랐다.
이번 주총이 다른 때와 가장 큰 차이는 '이건희'라는 거목의 부재와 코로나19라는 글로벌 위기상황의 도래다.
이날 주총은 코로나19상황인 점을 감안해 방역수칙에 따른 발열체크와 손소독, QR코드 체크를 한 후 주주명부 확인에 맞춰 지급된 주주확인표와 찬성과 반대를 표시할 수 있는 투표 단말기의 수령으로 시작됐다.
약 400명이 입장할 수 있는 3층 주총장에는 2미터 간격의 주주 지정석 등을 구비해 방역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방역수칙에 따른 인원 제한으로 3층 주총장에 들어가지 못한 주주들을 위해 1층 회의장에도 같은 규모의 자리를 마련해 대형 영상으로 주총을 지켜볼 수 있게 했다. 주주 현장 질의는 1층 참석자들에게도 주어졌다.
이와는 별개로 주총에 참석하지 못한 주주들을 위해 온라인 생중계를 진행했다. 코로나 19라는 새로운 시대 변화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준 주총이었다.
이날 주총은 의장인 김기남 DS부문 부회장(CEO), 김현석 CE부문 대표, 고동진 IM부문 대표가 각각 맡은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최윤호 경영지원실 사장(CFO)이 영업보고를 한 후 모든 안건에 대해 주주들의 온오프라인 의견을 듣고 투표를 진행했다.
각 사안마다 진행된 투표로 인해 별 논란 없이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3시간을 훌쩍 넘겨서 끝났다.
이번 주총이 최근 30여년간의 주주총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건희라는 거목의 부재와 그의 뒤를 잇는 후계자의 부재를 함께 경험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25일 타계한 이건희 회장의 이름은 이날도 주주총회장에서 주주 구성을 설명할 때 표시되기도 했다. 국민연금 등 다른 주주들의 이름과 함께 4% 가량의 주식 보유현황 옆에 이 회장의 이름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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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 행사는 이 회장의 이름이 아닌 이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상속인들 공동의 뜻에 따라 행사됐다.
현장에 있던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삼성전자 주식은 이미 상속인들에게 상속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은 상속인들의 뜻에 따라 행사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를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킨 고 이건희 회장은 와병 중에도 의결권을 포괄적으로 위임해 회사에서 행사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먼길을 떠났다.
문제는 그의 뒤를 잇는 이재용 부회장도 정치적 사건에 휘말려 현재 영어의 몸이라는 점이다. 참여연대나 경제개혁연대라고 밝힌 주주들은 이날 이 부회장의 해임을 요구했지만, 다른 주주들은 이 부회장이 빨리 석방돼 삼성 경영에 전념해주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건희 회장은 어려울 때마다 수조원~ 수십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과감하게 결단해 오늘의 삼성전자가 있게 한 일등공신이다. 그의 뒤를 이을 후계의 부재는 삼성전자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위험요소다. 이번 주총이 삼성 리더십의 부재를 느끼는 마지막 주총이기를 바라는 주주들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