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다가오자 '네거티브(Negative) 규제'가 또다시 공약 전면에 등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최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만나 "창의와 혁신을 가로막는 관료적 규제들은 축소하거나 없애야 한다. 명확히 해서는 안 될 것 외에는 자유롭게 하고 필요하면 사후규제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도 얼마 전 스타트업 현장 간담회에서 "스타트업이 마음껏 뛰게 좋은 신발을 신겨드리고 불필요한 모래주머니를 제거하겠다"며 네거티브 규제 전환을 약속했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대유행) 이후 디지털 전환 등 4차 산업혁명이 한층 빨라진 반면 우리 기업들은 낡은 규제로 혁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에서 네거티브 규제 도입은 시급한 과제다.
하지만 규제개혁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규제 전봇대를 뽑겠다"던 이명박정부도, "손톱 밑 가시를 제거하겠다"던 박근혜정부도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용두사미로 끝났다. 기억에 남은 건 전봇대와 가시뿐이다.
"붉은 깃발을 치우겠다"던 문재인정부도 마찬가지다. 전봇대와 가시가 붉은 깃발로 바뀌었을 뿐 현실은 그대로다. 블록체인, 공유경제, 자율주행, 헬스케어, 리걸테크 등 미래를 주도할 신기술과 서비스들이 규제장벽에 막혀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기술력과 효과를 입증한 원격의료(비대면 진료)는 감염병 사태가 진정되면 다시 '불법'이란 낙인이 찍힐 운명이라고 하니 답답할 뿐이다.
문재인정부가 규제개혁을 위해 도입한 규제샌드박스, 규제자유특구 등 각종 제도가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일정기간 실증을 통해 사업화 가능성을 검증하는 이 제도들은 도입 초기 '혁신요람'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2년여 지난 지금은 '실증지옥'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다. 부처간 책임을 떠넘기는 핑퐁행정으로 벤처·스타트업들이 실증만 반복하면서 돈과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되풀이돼서다.
ICT(정보통신기술) 규제샌드박스 1호로 선정된 뉴코앤드윈드가 대표적이다. 이 스타트업은 이륜차 배달통에 LCD(액정표시장치) 디스플레이와 초고속 무선통신망을 장착, 실시간으로 디지털광고 영상을 송출해주는 광고판을 개발했다. 실증기간에 아무런 사고도 없었지만 2년이 지나도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서 절박한 상황에 처했다. 이 회사 대표는 2년 동안 빚더미에 신용불량자가 됐다며 한때 분신자살을 예고하기도 했다.
네거티브 규제 공약이 매번 공약(空約)으로 끝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전문가들은 관료사회의 보신주의와 이기주의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특히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간 융복합이 가속화하지만 이 같은 관료주의로 인해 혁신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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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을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로 연결하기 위해선 네거티브 규제 전환에 앞서 정부조직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부조직 개편을 통해 관료주의가 개입할 수 없는 강력한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처마다 제각각인 규제권한을 총괄하고 갈등을 조정하면서 신산업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는 새로운 부총리급 부처를 신설해 4차 산업혁명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것인데 타당한 주장이다. 지금도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있지만 실질적인 권한이 없다 보니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네거티브 규제를 공약으로 내건 대선후보들이라면 현장의 이 같은 지적과 의견을 곱씹어보고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단순히 '너도 하면 나도 한다'식의 마케팅용 공약이 아니라면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