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테크가 가져 온 편리함은 매우 크다. 클릭 몇 번으로 세상의 모든 정보를 다 검색할 수 있을 것 같고, 세상 어디에 사는 누구라도 어떤 얼굴로 사는지 알 수 있을 것 같고, 세상의 모든 원하는 물건을 구매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이런 빅테크도 최근에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시장지배력을 이용하여 고객접근성과 선택을 제한하고, 과도한 수수료와 계약을 압박하고, 고객 데이터 제공을 필요이상으로 강요하고, 경쟁 상대방을 위협할 뿐 아니라 혁신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빅테크 자신이 혁신의 산물이었지만 이제는 혁신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기에 이르렀다. 꽃의 아름다움도 한 철이 지나면 사라지듯이 빅테크의 효율성에 대한 찬사도 한 때가 지나니 비판으로 바뀌고 있다. 빅테크에 대한 비판과 규제의 선봉에는 미국 공정거래위원회(FTC)가 있다. 빅테크는 수용해야 할 비판은 수용함으로써 적극적으로 변화를 도모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런 빅테크의 금융참여와 관련하여 주목을 받는 기본적인 금융규제 원칙이 있다.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이다. 금융서비스의 기능이 동일하면, 규제도 동일하게 적용하자는 것이다. 물론 기능이 동일하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인허가의 기준이 금융상품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상품유형을 동일성의 기준으로 한다.
동일기능 동일규제는 왜 하는가? 비례의 원칙을 위해서다. 비례의 원칙은 공정한 경쟁의 출발점이다. 동일한 금융상품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데도 합리적인 이유가 없이 인허가의 기준을 달리 적용하면 공정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규제는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을 따져 필요한 최소 수준에서 동일성 잣대를 세우게 된다.
그런데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에는 맹점이 있다. 금융규제의 대상은 흔히 기능과 기관으로 나뉘는데,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은 기능을 대상으로 할 뿐 기관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다.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은 금융서비스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만 묻고 누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 것이다. 금융상품의 겸영이 거의 없는 경우에는 이 원칙이 큰 문제가 없지만, 겸영이 크게 확대되고 심지어는 빅테크와 같이 비금융회사 마저 금융에 참여하게 되면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에는 큰 맹점이 생기게 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기관중심 규제가 먼저 나왔고 기능중심 규제는 나중에 나왔다. 특히 2007-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을 규제하기 위해 기능중심규제가 크게 강조되었다. 그림자금융은 규제금융(sunshine banking)의 반대말로 인허가를 받지 않은 채 인허가를 받은 금융서비스와 사실상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를 말한다.
독자들의 PICK!
빅테크의 금융참여에 대하여 먼저 대응한 규제개념은 동일기능 동일규제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빅테크의 금융참여가 인허가방식으로도 이루어지고 있으나 주로 제휴/파트너십 혹은 그림자금융방식 등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빅테크 플랫폼의 금융회사와의 제휴/파트너십 혹은 인허가 자회사가 거대한 플랫폼 생태계내에서 그림자금융의 배경이나 혹은 그 네트워크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규제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이 필요하고 적절하다.
하지만 빅테크는 일반 금융회사와는 달리 금융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비금융업무도 겸하고 있다. 사실은 비금융업무가 고유업무이고, 금융업무는 빅테크 입장에서 부수업무다. 금융과 비금융 업무가 동일인에 의해 이루어질 경우에는 금융의 비금융에 대한 견제와 심사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가 어려워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하여 금융시스템 차원의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
또한 전통적인 금융회사가 자회사 등을 보유할 경우에는 금융지주회사 등을 통해 공시의무를 다하고 통합재무제표를 작성하고 건전성규제를 받아야 하는 것과는 달리, 빅테크는 자회사뿐 아니라 특수관계를 맺는 많은 수의 자사계열 가맹기업 등과 관계에 대하여 금융지주회사 등 금융그룹과 같은 동일규제를 받지 않는다. 심지어 특수관계는 공식적 및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어서 특수관계를 형성하는 자사계열 가맹기업이 누군지도 알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차이와 문제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빅테크에 대하여 전통적인 금융회사와 마찬가지의 동일기능 동일규제를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과연 합리적인가 하는 의문이 당연히 제기될 수 있다. 동일기능일지라도 빅테크가 갖는 특성으로 인해 금융시스템에 초래하는 위험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위험이 다른 만큼 다른 방식의 규제가 추가로 적용되는 또 다른 비례원칙인 '다른위험 다른규제'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동일기능 동일규제'를 보완하는 것이 타당하다. BIS를 비롯한 국제적인 기관들이 빅테크에 대해서 기능중심 규제만이 아니라 기관중심 규제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 기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