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새 정부 과학기술행정체계에 거는 기대

[투데이 窓]새 정부 과학기술행정체계에 거는 기대

이길우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원장
2022.02.16 02:05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이길우 부원장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이길우 부원장

대선이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았다. 후보들마다 경쟁적으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과학기술행정체제 개편 공약은 대선마다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다. 과학기술부총리제와 청와대직속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신설 등 캠프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세계 8위의 과학기술혁신강국의 위상에 걸맞은 과학기술계의 위상과 역할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이 이뤄진 듯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기술패권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생존하며 미래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과학기술 거버넌스 정립이 필수라는 이야기다. 앞으로 5년간은 과학기술 혁신을 이뤄갈 철저한 실행계획과 탄탄한 시스템을 만들어 발 빠르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 시기임에 분명하다.

우리나라 과학기술행정체계는 1967년 과학기술처 출범 이후 과학기술부 승격, 과학기술부총리 체제, 부처 통합과 분리, 명칭변경 등의 부침을 겪어왔다. 과학기술 진흥과 체계적 연구개발 지원을 위해 최초의 과학기술 전담 행정기관으로 출범한 과학기술처는 김대중정부 때 과학기술부로 격상됐고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함께 신설됐다. 노무현정부는 과기부총리와 과기혁신본부(차관급) 체제로 범부처 조정기능을 강화했다. 이명박정부는 작은 정부를 표방하며 교육과 과기정책을 연계했고(교육과학기술부) 박근혜정부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을 통합해 미래창조과학부로 개편했다. 문재인정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 체제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 정부의 과학기술행정체계가 지켜줬으면 하는 원칙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과학기술 기반의 국가혁신시스템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전환, 기술패권경쟁, 사회적 난제 해결을 위해 과학기술 전문성 중심의 혁신시스템이 필요하다. 각 부처의 혁신정책을 횡단적으로 연계·조정하고 R&D사업의 경제·사회적 파급효과를 고려해 부처의 혁신정책을 평가하는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

둘째, 국가R&D투자 100조원, 정부R&D예산 30조원 시대를 맞아 범부처 R&D 종합조정의 실행력을 제고해야 한다. 정부R&D예산 배분·조정의 최종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범부처 종합조정기능으로 부처 이기주의를 배제해 불필요한 부처간 경쟁이나 칸막이 연구개발을 막아야 한다. 감염병, 기후변화, 복지 등 국가 차원의 필수 범부처R&D사업에 대한 기획·조정을 총괄하고 민간의 투자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효과적인 역할 분담과 협력을 이끌어야 한다.

셋째, 과학기술인재정책을 총괄해야 한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혁신성장분야와 신산업분야의 인력부족에 대비해 장기적이고 일관적인 인력양성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넷째, 성장과 안전, 포용을 함께 지향하는 복지국가 실현을 앞당겨야 한다. 과학기술과 사회복지 간의 연계성을 고려해 R&D정책(기술개발)과 비R&D정책(기술확산 및 적용)의 전주기 협력·조정을 통해 맞춤형 문제 해결법을 제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혁신주체들의 역량을 정비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할 수 있어야 한다. 산·학·연의 개별역량을 제고하는 한편 상호 연계·협력을 장려해 과학기술 혁신생태계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기후변화, 탄소중립과 같은 글로벌 의제를 선도하고 전략적 대응을 하기 위해 과학기술외교를 총괄하는 기능도 강화돼야 한다.

새 정부의 과학기술행정체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나라의 명운을 결정하는 키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 이제 선진국 초입에 들어선 우리나라 앞을 막고 있는 도전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다. 든든한 과학기술행정체계와 함께 G5 과학기술강국으로 가는 길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과학기술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정치권의 현명한 고민과 결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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