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탈북한 30대 후반 여성은 병원에서 출산하면 돈이 좀 들기 때문에 집에서 출산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출산을 도와준 사람에게 식사 정도를 대접한다고 증언했다."(2021 북한 인권백서)
태양절(북한 김일성 주석 생일·4월 15일)을 하루 앞두고 북한에서 출산이 어떻게 이뤄지나 살펴봤다. 통일연구원이 매해 펴낸 북한인권백서들을 보면 병원에 가기 전 중국 화폐와 담배를 가방에 챙겨 두는 '예비맘'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북한에서는 출산 비용이 무료로 규정됐는데 북한이탈주민들의 말은 달랐다.
일례로 2015년 북한에서 출산한 경험이 있는 여성은 출산비 100위안, 약값으로 70위안을 지불했고, 간호사에게 15위안, 의사에게 담배 5갑도 별도로 줬다고 한다.
이게 남한 돈으로 얼마일까 추정해 봤다. WHO(세계보건기구)는 2018년 7월 기준 북한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담배 1갑 가격이 북한 정부의 공식 환율을 적용했을 때 미화 2달러16센트(현재 한화 약 2644.49원)에 해당한다고 추산했다. 그렇다면 담배 5갑 10.8달러(1만3222.45원)에 출산비·약값·간호사에게 준 돈 185위안(한화 3만5521.85원)을 합쳐 4만8744.3원이 출산에 들어갔다는 셈이다. 그만한 비용이 부담돼 여성들이 '자택 출산'에 나서곤 한다니 북한의 경제 사정을 짐작할 만하다.
통일백서는 "집에서 출산하는 경우 개인 의사가 오기도 하지만, 자격증이 없는 산파의 도움을 받기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우리나라 통계청에 따르면 출생아 10만명당 모성 사망비(임신·분만·출산합병증으로 사망한 산모 비율)는 11.8명이다. 반면 세계보건기구(WTO)가 집계한 2017년 기준 북한의 모성 사망비는 89명에 달한다. '자택 출산'이 문제를 일으켰는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여성가족부 존폐·역할 논란에서 어느쪽 말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북한에는 여성가족부가 있어야 할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페미니스트 후보'임을 자처했고 임기 말 '종전선언'을 추진했다. '여성'과 '북한'을 부각한 것이지만 '북한 여성' 문제를 언급한 것은 도통 듣지 못했다. 우리도 선진국이라고 하니 인권을 보다 폭넓은 시각에서 대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