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바이오산업 '이해의 고민'

[투데이 窓]바이오산업 '이해의 고민'

김재준 미래에셋벤처투자 전무
2022.04.26 02:03
김재준 미래에셋벤처투자 전무 /사진==
김재준 미래에셋벤처투자 전무 /사진==

바이오 기업들에는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시기다. 바이오 분야의 기업들과 투자자들은 꽤 오랫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이러한 분위기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실제로 이러한 분위기로 인해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큰 영향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21년 하반기부터 상장을 진행하려던 회사들이 기술성 평가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상장예비심사에서 미승인되거나 승인이 된 기업조차 수요예측의 저조한 결과로 상장철회가 이어지는 등 예전에 비해 바이오 기업들의 분위기가 급속히 가라앉고 있으며 실제로 올해 들어 상장이 승인된 바이오 기업이 3곳에 불과하다는 점이 이를 증명해준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돼 나타나는 분위기는 아닌 것이 2021년 나스닥에 신규 상장된 바이오텍 기업이 174개사였으나 이번주까지 신규 상장한 바이오텍 기업은 15개사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글로벌 전체적으로 바이오텍 기업들의 IPO 시장이 급속히 얼어붙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상장한 지 1년도 안 된 새내기 기업들이 가장 크게 글로벌 주식시장 변화의 영향을 받았는데 지난해 국내에 상장한 20여개 바이오 기업 중 현재까지 공모가 이상 주가를 보여주는 곳은 2곳뿐이다. 미국 나스닥의 경우 지난해 상장한 174개사 중 21곳 만이, 올해 상장한 15개사 중 단 3개 회사만이 공모가 이상 주식가격을 유지한다. 바이오 기업들이 타 산업 대비 실적 없이 고평가됐는지에 대한 논란이 나오는 근거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가가 유난히 많이 상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이러한 기업가치의 흐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

필자는 바이오 기업들은 아직까지 도입기에 있다는 점을 늘 강조했다. 하나의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의 연구와 인체에 대한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해야만 하고 이 과정에서 예상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일이며 성공까지 기간이 예상보다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기본적으로 받아들여야 함에도 우리가 그러한 경험을 많이 못해봤기에 시장에서 접하는 이벤트에 크게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임상단계의 바이오 기업들은 아직 개발단계의 중간에 있는 회사들일 수밖에 없고 당연하게도 매출 등의 숫자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없다. 결국 시장에서 보편적인 기준을 삼을 만한 평가지표가 마땅치 않다는 의미며 기술의 차별화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는 실험실의 모든 데이터를 파고들지 않는 이상 시장에서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안타깝게도 전혀 다른 영역의 바이오 회사임에도 A라는 회사가 이러하니 B회사도 그러겠거니 하는 추정을 토대로 시장의 평가가 진행되기도 한다. 바이오는 복잡한 영역이지만 외형을 숫자로 비교하기에도 힘든 영역이라 외부에 설명하는 것 자체가 고민거리일 수 있다.

그렇다고 시장의 시각과 반응에 억울해 하기만 하는 바이오 기업들의 인식에도 변화의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은 깊이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다. 시기별로 주목받는 산업분야 중에서도 바이오는 기업의 본질과 큰 관계없이 시대별로 특정 유행의 수혜를 입어왔다는 점에서 이제는 외부환경보다 개발의 본질에 좀 더 집중해야만 하는 시대로 들어섰다는 인식을 가져야만 한다. 여전히 일부에서는 남들과 차별화하지 않는 개발수준과 기술로 단지 바이오라는 이유로 창업만 하면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는 인식에 머물러 있는 곳들을 보고 있자면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개발의 과정은 고통스럽고 인내심을 시험하는 과정이다. 바이오 기업들의 창업자들은 진단과 치료의 영역에서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고 보다 좋은 치료옵션을 제공하고자 하는 기본적인 목표에 보다 중심을 둔다면 외부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기업의 모습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그 방법 외에 우리를 증명할 다른 방법이 있겠는가. 그리고 시장은 바이오 기업들의 평가를 단기간의 사업성으로 평가하려는 시각에서 조금만 더 유연해져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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