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영국 옥스퍼드대학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는 해마다 세계 각국의 미디어 이용실태를 조사한다. 한국에선 언론진흥재단이 파트너로 참여한다. 그 결과물이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다. 이 내용 가운데 '선택적 뉴스 회피'(Selective News Avoidance)가 화제다.
조사 대상 46개국 모두 일부러 뉴스를 안 본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적잖다. 한국에선 이 조사에 2026명이 응했다. 국내에도 '뉴스를 회피한 경험이 있다'는 답이 67%에 달했다. 갑자기 나타난 현상은 아니지만 '회피한 적 있다'는 응답이 2017년 이후 5년새 15%포인트(p) 늘어난 게 특징이다.
'뉴스를 회피한 적 없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46%에서 23%로 크게 줄었다. 뉴스 신뢰도는 낮아지고 뉴스 피로도는 높아졌다. 국내에선 '뉴스를 신뢰할 수 없거나 편향적이어서(42%), '정치·코로나 같은 주제를 너무 많이 다뤄서'(39%) 같은 답변이 각각 뉴스회피 이유 1, 2위로 꼽혔다.
젊은 층일수록 아예 뉴스에 대한 관심이 적다는 것도 확인됐다. 한국의 경우 35세 미만의 21%가 "뉴스에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35세 이상에서 이 응답은 10%다. 그렇다고 독자들이 세상 돌아가는 일에 눈감은 건 아니다. 다른 경로, 다른 방식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는다.
흔히 MZ로 불리는 2030 세대는 조간신문이나 저녁 9시 뉴스가 아니라 틱톡, 유튜브, 인스타그램으로 '뉴스'를 본다. 이들에게 기존 미디어 속 뉴스는 딱딱하고, 어려운 말을 늘어놓는 듯 보인다. 반면 SNS 속 정보는 보다 부드럽고 친밀하게 느낀다. 장·노년층의 유튜브 사용은 또 어떤가. 신문에 난 뉴스는 믿지 않는데 어느 유튜버의 왜곡·과장된 주장은 철석같이 믿는 경우도 있다. 애써 뉴스를 만드는 입장에서 허탈하기도 하다. 그렇다면 뉴스의 시대는, 뉴스의 효용가치는 끝났는가.
지난 8~9일 수도권을 포함, 충남·강원 등 전국 각지에 기록적인 폭우가 퍼부었다. 그러자 "쓰레기로 배수관이 막혀 빗물 터널이 작동하지 못했다"는 온라인 커뮤니티 글이 확산했다. 이른바 '맨손 슈퍼맨'이 배수관 쓰레기를 치우는 사진이 글에 합쳐져 그럴듯해 보였다. 하지만 팩트가 아니었다. 서울 신월동 빗물터널은 소문과 달리 정상 가동됐다.
자동차 보닛에 앉아 구조를 기다리던 '서초동 현자' 또는 '제네시스 남'으로 특정인이 지목되기도 했다. 역시 근거없는 말이었다. 당사자가 "아니다"라고 밝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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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는 마치 맨홀 뚜껑을 밀어올리는 흙탕물처럼 범람했다. 폭우 관련 '정보의 홍수'는 네이트 실버의 표현대로 '신호'와 '소음'이 뒤섞인 혼란이었다. 그 속에서 중심을 잡은 것은 결국 '뉴스'다.
요즘 같으면 날씨 예보에 어느 때보다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 또한 '카더라'가 아니라 정확한 뉴스로 확인할 문제다. 소중한 생명까지 여럿 앗아간 이번 비는 많은 교훈을 남겼다. 제대로 된 뉴스가 소중하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아직 뉴스를 만드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