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 Dirty [우보세]

Get Dirty [우보세]

박준식 기자
2022.10.17 03:0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022.10.14/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022.10.14/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통령실에서 사정한파가 몰아친 이후 나라에서 경제대책이 사라졌다.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분명한 건 한가지다. 창의성을 발휘할 늘공(공무원 시험을 거친 직업 공무원)들이 배를 땅에 대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에 공격수는 없고, 수비수만 남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외생변수가 지배하는 시기엔 적절한 타개책을 내놓기도 쉽지 않다. 사정의 희생양들을 보면서 공무원들끼리 서로 묻는다고 한다. "그거 실패하면 책임질 수 있을까요."

정책을 입안해 온 이들과 만들어진 법을 강제해온 이들이 한 곳에서 공조하지만 두 계파 사이엔 수렴할 수 없는 간극이 있다. 정치가 익숙치 않은 대통령은 오래 믿어온 수하들을 의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들이 열심일수록 창의성은 도태될 수 있다는 아이러니다.

어지러운 시기에 만연하는 보신주의는 민생과 시장에도 나비효과를 불러온다.

재작년 사상최고치인 3316포인트에 달했던 코스피(KOSPI)는 올 들어 35% 녹아내렸다. 코로나19 시기에 동학개미라고 불리며 외국인 공백을 메웠던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막심하지만 당국은 강건너 불구경이다.

개인들은 우리 증시가 외인들 놀이터가 됐다며 공매도만이라도 코로나 시기처럼 한시적으로 막아달라고 한다. 하지만 당국은 주저주저다. MSCI 등 선진지수 편입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게 이유인데 소잃고 외양간 고치려는 모양새다. 금융위원회 안팎에선 관료들이 선진증시 편입을 대통령 성과로 포장하고 싶어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정작 대통령이 원하는 건지 불분명하다.

기업들은 환율 때문에도 시름이 크다. 특별한 내재위기가 없는데 환율이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자 투기세력마저 활개를 친다. 하지만 주무당국인 기획재정부는 '킹달러' 탓을 댄다. 외환위기 때와 달리 우리만 그런 게 아니고 다른 나라들도 겪는 문제라 일단은 속수무책이란 답이다. 하지만 기재부 내에선 국제금융국 소속들의 태업이 만연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기 때마다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하던 국금국이 최근 인사에서 소외돼 사기가 떨어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기재부가 마지못해 내놓은 건 미국 재무장관의 립서비스다. 위기가 더해지면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구두 약속이다. 금융위기 당시 강만수 부총리는 미국으로 무작정 찾아가 재무장관 루빈을 만났고, 그를 보자마자 "We want SWAP!"를 외쳤다는데 지금은 그런 공무원이 없는 것 같다. 결과적으로 나라 위해 체면 내려놓던 이들이 좌천되거나 심지어 감옥에 갔으니 이젠 고고한 분만 넘쳐난다는 거다.

관료들의 지적처럼 달러 수요가 내부투기세력 때문이라면 이에 대한 대책은 어디에 있는가. 낌새를 챈 은행들은 이미 고금리 특판을 내놓고 유동성을 흡수하고 있다. 기업으로선 이중고다. 정부는 과거 이런 경우 '관치'란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내밀하고 정치하게 수요 경로를 차단해 시장을 지켜왔다. 하지만 요즘은 누구도 나서지 않는다. 손에 피를 묻히고 싶지 않아서다.

"Let's get dirty. 나라를 위해 공복이 희생하자." 이랬던 관료들은 대체 어디에 있을까. 좌우로 분열해 정치가 '적폐몰이'를 하는 사이 공무원도 3류가 됐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