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북한 급변사태를 한·미·일 3국이 공동으로 대응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바람직하다. 한국이 일본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급변사태 시 중요한 전략적 자산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한반도 통일 달성에 지장이 초래된다.'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 발언입니다."
MB(이명박) 정권 시절인 2012년 7월 19일. 국회에서 홍익표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 의원이 김성한 외교통상부 2차관(현 국가안보실장)의 한 논문 문구를 인용한 뒤 '자위대 한반도 진입 허용론'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몇달 전 국회 속기록을 보다가 문제의 논문이 뭔지 궁금증이 생겨 찾아보고 기사를 쓴 적이 있다. 다만 당시 홍 의원의 발언은 적지 않았다. 해석의 영역이라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잊고 있던 논문이 최근 군사 분야 한·미·일 협력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 때문에 떠올랐다. 문재인정부 때도 수 차례 실시됐던 한미일 훈련이 갑자기 왜 문제가 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재명 당 대표는 '자위대 한반도 진입론'을 꺼내들었다.
'김성한 논문 패턴'이라고 볼 법한 흐름은 그 뿐이 아니다. 김 실장은 학계에 복귀했던 2018년 '대북 비핵화 외교 평가와 한국의 안보정책 방향' 저술에서 "'억지-선제타격-방어 간 균형'에 입각한 군사적 대비 태세를 견지해야 한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선제타격을 발언하기 4년 전이다.
핵전력 배치·운용 논란도 그렇다. 2020년 '미국의 한반도 확장억제 평가' 저술에서 김 실장은 미국의 확장억제 한계론을 제기하며 "전술핵 배치, 핵 공유, 확장억제의 작전계획화, 재래식 (무기에 의한) 억제기능 강화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썼다.
지금 상황에 견줘 '대북 정책 예언서'일 뿐 아니라 '정국 예언서' 아닌가 인상을 받게 될 정도의 구절들이다. 옛 논문 속 키워드들이 김 실장을 비롯한 윤석열 정권 외교안보라인 인사들이 몸담았던 MB 정권의 실패한 대북정책이나 정국 혼선으로 귀결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야권이 소모적인 논란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외교안보라인도 북핵의 현실적 해결을 위한 '보다 담대한 구상'을 고민해볼 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