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시장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다. 지난 정부에서 급등하던 집값은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로 완전히 반전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022년 1월 106.3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더니 하반기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12월에는 98.2를 기록했다. 최근 10년간 가격 하락 속도로는 최고 수준이다.
정부는 시장 정상화를 위해 규제 완화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2023년 경제정책방향과 1·3 연두 업무보고를 통해 규제지역을 대폭 해제하고 전매제한 완화, 실거주의무 폐지, 양도세 중과배제 등 시장 전반에 걸쳐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그 결과 현재 시장은 가격 하락 폭이 완화, 거래량의 증가 등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다만 아직 부동산 시장에 뇌관은 남아 있는 듯하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미분양 문제인데, 정부에서도 큰 부담일 것이다. 미분양은 시장의 하락세가 본격화된 2022년 10월 이후 3개월간 무려 2만7000호가 증가했고, 12월 기준 6만8000호가 됐다. 2001년 이후 장기평균인 6만2000호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미분양이 증가하면 주택건설 사업성은 악화돼, 연쇄적으로 PF대출 건전성 악화, 흑자 부도로 연계돼 주택공급 기반이 무너지고 국가 경제에도 큰 충격을 주게 된다.
미분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통령은 공공기관에 미분양 주택을 공공임대주택 등으로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안다. 공공임대주택 매입은 과거 미분양이 16만호를 넘어 정점에 이르던 2008년에 시행됐던 정책이다. 시장 침체기에 저렴한 가격으로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국가 경제의 위기를 관리하고, 영구임대주택 공급을 통해 주거복지도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러나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려면 정부의 예산이 투입된다는 점, 부실 사업을 세금으로 구제한다는 비판 둥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있기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미분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과거 위기 수준에 비하면 절반에 불과하고, 악성 재고인 준공 후 미분양도 7000호 수준이다.
사업주체인 사업시행사의 철저한 자구노력이 우선되고 난 뒤에 정부가 미분양 주택 매입을 결정해도 늦지 않다. 사업의 일차적 책임은 사업주체이기 때문에, 혈세를 무작정 먼저 투입하게 되면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과거 미분양 매입도 분양가의 50% 수준으로 매입했음에도 논란이 있었던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또한, 매입하더라도 공공임대 등으로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지역별, 규모별 임대수요 등을 철저하게 분석해 수요가 있는 주택을 매입해야 한다. 수요가 전혀 없는 지역의 주택을 매입하게 되면 국민의 혈세 낭비, 사업시행사의 도덕적 해이 등의 문제들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는 국가 경제적 측면 뿐만 아니라 사회적·정책적 측면 등을 종합 고려해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을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