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변화에 따른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 영향'이란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최근 K콘텐츠산업이 글로벌화하면서 국내 콘텐츠 관련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IP(지식재산권)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전략적 투자를 지속했을 때 생기는 생태계 변화가 주요 쟁점이었다. 특히 웹툰, 웹소설 기반의 드라마, 영화가 전 세계적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산업 내 M&A(인수·합병)도 많이 일어난다. 과연 이런 콘텐츠 플랫폼의 M&A는 기존 재벌기업의 M&A와 같은 양상일까.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은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하고 있으며, 특히 콘텐츠산업이 빠르게 플랫폼화하면서 생태계가 전 세계적으로 큰 변화를 맞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디즈니 등이 콘텐츠 소비자들과 직접 채널을 열어 기존 콘텐츠를 유통할 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만드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강화한다. 같은 맥락에서 국내에서는 네이버, 카카오가 음원, 소설, 만화, 드라마, 영화 등에서 플랫폼의 영향력을 강화한다.
이는 콘텐츠산업 구조의 변화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콘텐츠는 특성상 원소스멀티유스(OSMU)가 가능하므로 범위의 경제와 시너지 관점에서 플랫폼은 자사 콘텐츠를 손쉽게 다른 유형의 콘텐츠로 다시 만들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큰 인기를 끈 '사내맞선' '어게인 마이 라이프'와 같은 드라마는 웹툰, 웹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이들 드라마의 제작사인 크로스픽처스는 웹툰, 웹소설 플랫폼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에 인수했다.
이런 플랫폼의 M&A는 콘텐츠 분야의 지속적인 경쟁압력에 대응해야만 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 특성상 고객들의 플랫폼 전환비용이 매우 낮아 멀티호밍(Multi-homing)이 가능하기 때문에 특정 플랫폼의 시장지배력이 존재하기는 매우 어렵다. 즉, 독자나 작가 모두 네이버, 카카오, 문피아, 리디북스, 레진코믹스 등 다수의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지배적 사업자의 자사우대 행위가 불가능하며 플랫폼은 작가 개인과 직접 거래한다고 해도 경쟁상황 측면에서 CP(콘텐츠제공사)를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랫폼이 작가와 직접 거래하거나 CP를 인수해 자사화한다. 그 이유는 소비자 행태 데이터를 분석, 내부 전문가의 직관과 결합해 소비자의 니즈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서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성상 이용자 피드백을 반영해 패치, 업데이트, 업그레이드를 지속해야 하는데 이런 피드백 반영과정이 일상화해 소비자들이 콘텐츠 제작과정에 참여하는 정도가 높아진다. 제작자들은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가 창출하는 가치를 제품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콘텐츠 플랫폼은 창작자들을 인큐베이팅하는 일종의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영상분야는 넷플릭스, 아마존, 디즈니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의 거대자본에 기초한 시장 지배력이 강화된다. 특히 비오리지널 영상 확보와 함께 오리지널 영상 제작에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K콘텐츠의 글로벌 시장진출을 위해서는 콘텐츠 플랫폼 전략에 대해 국가경제적 관점의 시각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국내 시장잠식을 방어하고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국내 콘텐츠 플랫폼의 M&A는 규제의 대상이라기보다 산업육성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국내 창작자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공공플랫폼을 도입해 예비 창작자들이 시장에 조기진입할 수 있게 함으로써 선순환구조를 창출해야 한다. 국내 콘텐츠 플랫폼은 글로벌 플랫폼과 경쟁할 수 있도록 M&A를 통한 한류 콘텐츠 기반의 플랫폼 성장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또한 정부 당국은 재벌규제 프레임에서 벗어나 공정거래법, 정보통신사업법, 세법 관련 제도의 개선을 시급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