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을 발칵 뒤집은 라덕연 일당의 주가조작 사건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핵심 인물들이 구속되는 등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주가조작에 이용된 차액결제거래(CFD) 계좌 등 증권업계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며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주식 시장 전체에 미치는 여파도 상당하다. 올 들어 빠르게 회복했던 시장은 일순간에 얼어붙었고 거래대금도 뚝 떨어졌다.
이런 저런 후폭풍도 이어진다. 단적인 예로 정부가 공 들였던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지수) 선진지수 편입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등에 따르면 다음달 초 예정된 연례 시장분류 검토에서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대상국(watch list)'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그동안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었다.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 등 시장접근성 제고, 배당절차 개선, 외환제도 개편 등을 발표했다. 여러 제도개선 작업을 진행하면서 관찰대상국 지정 가능성에 기대가 높았지만 다시 고배를 마시게 됐다. MSCI가 요구한 선결 조건 가운데 하나인 공매도 전면 개방이 더 멀어져서다. 주가조작 여파로 시장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공매도 허용에 대한 논의는 언급조차 어려운 분위기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키움증권도 불똥을 맞았다. 의혹의 사실 여부는 조사가 진행된 후 밝혀지겠지만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불매운동 움직임이 일어날 정도로 비판 여론은 거셌다. 라덕연 H투자자무업체 대표와 진실공방을 벌이던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결국 대국민 사과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키움증권(469,500원 ▲17,000 +3.76%)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초대형IB(투자은행) 도전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자기자본 4조원을 넘어서며 국내에서 9번째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를 받았고 초대형IB 승인을 위한 절차를 준비해 왔다. 초대형IB가 되면 발행어음 사업 등을 영위할 수 있으며 수익 다각화, 신사업 확장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요건을 갖춘 후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 대주주 적격성 여부 등의 심사를 거쳐 인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오너인 김익래 회장의 연루 의혹, CFD 불완전판매 조사 등으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내부통제와 대주주 문제로 신규 사업 인가, 승인에 문제가 된 경우는 여러 차례 있었다. 앞서 삼성증권은 대주주 관련 이슈로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획득하지 못하고 있다. 리스크 관리 중요성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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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관리에 실패해 큰 대가를 치른 건 이미 수차례 반복됐었다. 업계 전반으로 조사가 확장되며 라임·옵티머스 사태의 악몽이 재현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매번 그랬지만 한 번 시장의 신뢰를 잃으면 좀처럼 회복하기 어렵다. 그래서 내부 통제와 감시 노력은 강조하고 또 강조해도 부족하다. 공든 탑이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