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 밑바닥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맘 소사이어티(주부사회)에서 자녀 교육문제만큼 민감한 화제는 장바구니 물가다. 상추나 수박처럼 생산 판매자가 불특정한 농수산물에 비해 표적(?)이 명확한 가공식품 기업의 경우 특히 민감하다. 과자 한봉지에 100원이 오르고 소줏값이 50원이 오른다는 기사가 나오면 해당 기업을 비난하는 글이 도배되는 식이다.
최근 소비자들은 물가인상에 방어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지역별 맘카페를 보면 알뜰소비와 관련된 정보들이 유난히 늘었다. '2만원으로 1주 살기', '짠순이 소비', '자린고비 생존법'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플렉스'를 외치던 MZ들도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거지방'도 등장했다. 반면 특정제품·기업의 가격인상 소식이 전해지면 소비품목 블랙리스트에 올리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 올해 2분기 기업들의 실적이 공개된 가운데 주요 식품기업은 나쁘지 않은 결과를 냈다. 사료 등 바이오 사업을 영위하는 CJ제일제당과 대상을 제외한 대부분의 식품기업이 괜찮은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농심의 경우 영업이익이 1162% 증가한 것을 비롯해 오뚜기, 동원F&B, SPC삼립, 풀무원 등이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내부 분위기를 보면 이런 호실적이 반갑지 않은 모양이다. "소비자에 비싸게 팔아 이익을 많이 남겼다"는 여론이 부담스러워서다. 맘카페의 표적이 될까 눈치도 살핀다. 정부가 상반기 식품기업을 소집해 가격 인하를 끌어낸 것도 이익 증가에 근거한 압박이 영향을 줬다.
식품기업은 2분기 호실적이 지난해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적자에 직면했던 기저효과 영향이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식품사는 다른 산업과 비교해 이익률이 낮다. 내수부문의 경우 3%대만 나와도 '이익률이 높다'는 소릴 들을 정도다. 게다가 하반기 내수 전망은 어둡다. 본격적인 가격인하 영향을 받게 되는 까닭이다. 상당수 식품기업이 지난달부터 인하된 가격을 적용받기 시작했다. 원재료 가격도 불안요소다. 국제 정세는 또 다시 폭등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준다.
#. 얼마전 아내와 아이가 태국에서 한달살기를 하고 왔다. 오랜만의 해외체류에서 느낀 것은 한국의 가공식품 종류가 몰라보게 다양해졌다는 것이었다. 방콕이 아닌 치앙마이에서, 태국 마트 뿐 아니라 외국계 마트에도 우리 식품이 구비돼 있다는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국내 마트에서 구입할만한 가공식품들을 현지 어디에서나 구입할 수 있다고 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오랜만에 해외 방문이었던 탓도 있었겠지만 악조건 속에서도 우리 식품기업들이 해외시장 확대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식품업계의 최근 수년간 실적을 보면 국내에서 손실을 방어하고 해외에서 이익을 늘리는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내수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식품업계의 노력이 이제 막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이런 노력까지 펨훼해선 안된다. "해외서 돈을 벌었으니 국내에서 싸게 팔아라"는 압박은 기업의 도전의식을 약화한다. 지금은 우리 기업들을 응원할 때다.
독자들의 PIC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