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의 후폭풍이 거세다. 코스피, 코스닥 지수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4거래일째 하락하며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예상하기 어려운 정치 상황에 외국인은 국내에서 빠져나가고 개미(개인투자자)들도 주식을 던지기 시작했다. 내수경기 침체와 국내 대표 기업들의 실적과 경쟁력 저하, 글로벌 교역조건 악화 등의 우려로 국내 증시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큰 충격을 한 방 더 맞았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높을 것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또, 현재 지수 밸류에이션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는 데도 인식을 같이 한다. 한 마디로 주가가 '싸다'는 거다. 그러나 쉽사리 '사라'는 말은 못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회복 시기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회복은 커녕 상황이 바뀔 때마다 주가, 환율이 요동친다.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사태 후 3일차였던 지난 6일 상승세로 시작했던 코스피 지수가 오전 2차 계엄 루머에 환율은 1430원 코 앞까지 치솟았고 코스피는 급락하며 2400선을 이탈했다. 곧바로 회복했지만 시장의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탄핵 표결이 무산되면서 9일 역시 주가가 곤두박질 쳤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2.78% 급락한 2360.58로 마감했고 코스닥지수는 5.19%나 빠져 630선을 이탈했다. 환율도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며 1430원선을 훌쩍 뛰어넘었다.
경기 하방 압력이 큰 상황에서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주식시장 뿐 아니라 한국 경제 전반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불확실성이 길어질 경우 해외투자자들은 주식, 채권 등 금융시장 전반에서 원화 포지션을 줄일 수 있고 수출 기업들의 대외 신인도도 크게 하락할 수 있다.
가장 아쉬운 것은 당국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해소를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관련 과제를 하나씩 진행해 오던 시점이라는 점이다. 외환시장 개방과 배당 절차 개선 등 제도적 변화를 추진해 왔고 지배구조 개선 논의 등을 지속해 왔다. 핵심 정책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도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었다.
비상계엄 사태는 힘들게 쌓아 온 노력을 한 번에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실제 밸류업 기대로 올해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 온 대표적인 밸류업 주식인 금융주들이 이번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종목 중 하나였다. 미국 유력 경제지인 포브스는 비상계엄 사태를 두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주장하는 투자자들이 맞았다는 것을, 한국이 여전히 글로벌 시장과 괴리가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꼬집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소를 하나 더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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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얼마나 빨리 안정되느냐에 달려있다. 비상계엄이 선언되고 6시간만에 해제된 후 첫 거래일인 4일 주식시장은 예상보다 충격을 잘 감내했다는 평가다. 당시 금융당국도 무제한 유동성 공급 등 시장 안정조치 등으로 금융, 외환 시장이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현명하고 평화적으로 사태를 대처해 극복한다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은 이미 위기를 극복하고 더 단단해진 경험이 충분히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