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의 경제학적 개선방향

[기고]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의 경제학적 개선방향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
2025.01.07 08:40

우리 경제는 원유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고유가에 취약하다. 고유가 시기 국민부담 완화를 위한 정부의 가장 직접적인 정책 수단은 단연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다. 정부는 개별소비세법 제1조 7항에 의해 국민경제의 효율적 운용을 위해 경기 조절, 가격 안정, 수급 조정에 필요한 경우 석유제품에 대한 세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은 국민의 가처분 소득과 정부 세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지만 그동안 해당 정책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가 부진했던 것도 사실이다.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볼 때 정부는 시장의 가격기능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수단을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며, 또한 정책 수혜자가 처한 상황을 적절히 반영한 선별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자원의 효율적 배분 측면에서 더 바람직하다. 이러한 점에 비춰 현행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의 개선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고유가 시기 대중교통이 충분히 매력적일 만큼으로의 전폭적인 이용 촉진책 마련이 한시적 유류세 인하에 우선돼야 한다. 이는 정부가 석유제품 가격 개입을 최소화하면서도 수송용 석유 소비를 줄이고, 가계는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대체 수단으로 선택함으로써 가처분소득 증진을 도모할 수 있다. 나아가 대중교통은 자가용보다 환경적 편익이 더 크다는 점에서 현행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보다 더 바람직하다.

둘째, 고유가 시기 유가연동보조금 지급 대상과 그 기준의 대폭적인 완화를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에 우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록 보조금 지급은 경제주체의 실질 지불가격에는 영향을 주지만, 명목가격의 신호(signaling) 기능은 유지된다. 또한 유가연동보조금의 혜택은 유가에 따라 탄력적인 수요 조정이 제한된 경제주체에 우선 배분되므로 국민경제의 효율적 자원배분 측면에서 더 바람직하다.

셋째, 유류세 변동 조치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 과거 한시적 유류세 인하 사례를 살펴볼 때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결정한 배경에 특별한 규칙이 없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유류세 인하가 정치적으로 결정된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계적인 규칙을 마련한다기보다는 시장 참여자들의 정책 혼선을 완화시키는 수준부터 우선 시작해 보자.

마지막으로, 유류세 인하분을 소비자에게 직접 사후 환급하는 방식 등으로 정책의 일부 수정도 고려해 볼 만하다. 이 방식은 조세귀착 문제에서 훨씬 자유롭다. 우리는 코로나19(COVID-19) 시기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신용(체크)카드로 지급한 바 있고, 당시 카드사는 재난지원금 유치를 위해 소비자에게 경쟁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카드사의 시스템 구축 비용은 유류세 인하분을 카드사 포인트로 환급하는 등의 세부적인 제도 설계를 통해 풀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행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을 더 효율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뿐 아니라, 정부 주무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정책 협의 등 인내심 있는 정책 설계가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다소 험난할지라도 국민적 파급효과가 매우 큰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이 현 수준보다 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개선되길 소망한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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