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기술이 국가경쟁력의 핵심동력으로 자리잡으면서 과학기술정책의 중요성 또한 크게 인식된다. 특히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객관적 근거와 과학적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른바 '과학기술정책 과학화'의 필요성이 부각된다. 과학기술과 혁신의 영역이 경제·산업·사회 전반으로 확장됨에 따라 효과적인 정책수립과 실행을 위해 지금보다 폭넓고 정교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책입안자나 이해관계자들의 주관적 견해에 의존하기보다 객관적인 데이터 분석과 근거에 기반해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려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과학기술정책의 과학화를 위해서는 기존에 주로 다룬 R&D(연구·개발) 투자·인력, 논문·특허 등 과학기술분야 데이터와 타 분야 데이터의 연계·분석을 통해 새롭고 효과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력을 제고해야 한다.
미국은 2005년부터 과학기술 투자의 전략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과학기술정책 과학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 결과 2007년 '과학 및 혁신정책의 과학화 지원프로그램'(Science of Science and Innovation Policy)을 개설해 지금까지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과학자뿐만 아니라 경제학자, 통계학자, 사회학자, 심리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수혜를 누린다. 일본도 2011년부터 '과학기술 혁신정책을 위한 과학'(Science for RE-designing Science, Technology and Innovation Policy) 지원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우리나라도 그동안 근거에 기반한 과학기술정책 수립을 위해 노력했으나 R&D 통계자료를 수집·분석하는데 집중된 측면이 있다. 연구현장과 정책 수혜자의 다양한 수요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노력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일부 분야에서 이러한 시도들이 이뤄진다. 정부가 지난해 6월에 발표한 '데이터 기반 과학기술인재정책 고도화 전략'에선 국가 R&D에 참여한 연구자정보와 고용정보를 연계하고 특정 산업분야의 채용공고 데이터를 활용한 직무분석 등을 시도해 인력의 공급과 수요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한 나라가 보유한 기술주권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기술수준뿐 아니라 기술과 관련된 제품의 생산역량과 공급망 의존도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연계·분석, 관련정책에 필요한 객관적 근거를 마련하는 연구도 이뤄진다.
이처럼 과학기술과 타 분야 데이터의 연계·분석 시도가 활발해진 것은 비교적 최근 일로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 지금까지는 특정 기관이나 연구진이 일부 제한된 데이터만 활용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다양하고 장기적인 과제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대학, 학회, 연구기관 등의 주체들이 참여해 다양한 데이터를 폭넓게 분석하고 관련 정책연구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데이터 개방·공유체계를 선진화해야 한다. 또한 미국과 일본이 운영 중인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 관련연구와 참여주체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과학기술분야와 경제·산업·사회분야 데이터의 연계·분석 활용사례와 기반확대, R&D 투자에 따른 경제·사회적 파급효과 분석,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새로운 분석방법론 개발 등 다양한 연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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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자산인 만큼 정책결정과 시행과정 전반에 걸쳐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가 뒷받침돼야 한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기관과 전문가가 참여해 폭넓은 데이터 분석과 정책연구를 펼치고 이를 바탕으로 과학기술정책의 신뢰도를 높여나간다면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한층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