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ChatGPT) 등장 당시 국내 ICT(정보통신기술)업계를 휩쓴 자체 LLM(거대언어모델) 구축 열풍은 2년이 지난 현재 대부분 사그라졌다. 조단위를 쏟아붓는 글로벌 빅테크(대형 IT기업)와의 '쩐의 전쟁'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서다. LG(86,500원 ▲1,700 +2%)·네이버(NAVER(197,500원 ▲1,700 +0.87%))를 제외하면 자체 LLM을 연구는 하되 주력 서비스는 해외 LLM을 활용하는 멀티 LLM 전략을 펼친다. 검증된 LLM을 쓰는 게 서비스 안정성, 비용효율성 모두 높아서다. 고래 싸움에 끼어들어 등이 터지느니 고래 등에 올라타겠다는 셈법이다.
중국의 생성형 AI '딥시크'(DeepSeek)의 등장으로 본격화한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은 '고래 등에 올라타는' 전략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챗GPT만큼 똑똑한 딥시크가 유독 중국 정부에 불리하거나 민감한 질문엔 즉답을 피하는 모습은 특정 국가에 편향된 AI의 위험성을 드러낸다. 대만·홍콩 독립 관련 질문에 "중국 정부는 어떠한 형태의 분열활동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란 답변은 생성형 AI가 체제선전용으로 활용될 가능성까지 시사한다. 이는 극단적 사례지만 미국의 AI 역시 서구권의 가치관이 반영됐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미국의 중국 견제 총력전도 동맹국이라고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 지난해 미국은 AI칩·장비에 이어 AI시스템까지 수출을 규제하는 '해외 중요수출에 대한 국가체계강화법'(ENFORCE Act)을 통과시켰다. 중국이 메타의 '라마'(Llama)처럼 오픈소스 AI를 군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미국이 오픈소스 LLM 공개를 통제한다면 이를 활용하는 국내 기업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글로벌 AI 최강국을 유지하려는 미국이 다음엔 어떤 규제안을 꺼내들지도 미지수다.
AI가 전략자원이 된 시대 이 모든 시나리오는 현실이 될 수 있다. 혁신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고래 등에 급히 올라탔지만 실상은 언제든 지정학적 파고에 휩쓸릴 처지가 된 셈이다. "멀티 LLM 전략이 현실적"이라고 말하는 전문가들조차 데이터 주권과 기술적 자립을 강조하는 이유다.
국내 ICT 기업은 올해 'AI 수익화'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단기적 관점에서 빠른 성과도 중요하지만 고래들에게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으려면 장기적 시선에서 한국형 AI를 향한 R&D(연구·개발)도 놓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