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과학기술 경쟁이 심화되며 대학의 역할은 단순히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넘어, 직접 연구를 수행하며 혁신을 주도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높은 R&D(연구·개발) 성과를 보유하고 있지만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학 연구 생태계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미흡한 산학연 협력, 연구 인프라 중복 투자, 연구자 간 교류 제한 등은 대학의 연구 경쟁력을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로 꼽힌다. 또 연구자들은 연구비 확보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인해 장기적이고 도전적인 연구에 몰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제 대학 연구 생태계의 운영 방식과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할 때다. 새로운 협력 방식을 도입해 규모 있는 집단 연구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대학 연구의 자율성과 지속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장기적이고 도전적인 연구 수행이 가능하도록 연구비 지원 방식을 혁신해야 한다. 대학에도 '블록 펀딩 모델'을 도입해 대학이 스스로 중장기적인 연구 방향을 설정하고 세부 연구 주제와 예산을 정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확대해야 한다. 연구자는 이를 통해 단기 성과 중심의 연구비 경쟁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연구 목표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연구 인프라의 공동 활용 체계를 강화해 연구 중복 투자를 줄이고 연구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대학 내 연구 장비와 시설을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대학과 대학, 기업 및 연구소와의 공동 활용을 활성화함으로써 연구자들이 보다 원활하게 협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더불어 대학은 기업 및 연구소와의 협력을 촉진하는 플랫폼이 돼야 한다. 연구 인력의 유동성을 높이는 한편 공동 연구를 통해 연구 시너지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대학 교원과 기업 및 연구소 연구원 간의 인력 교류를 제도적으로 확립해야 한다. 또 공동 연구를 지원하는 전담 조직을 신설해 연구자들이 기술 이전 및 창업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기술사업화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차원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정부 주도의 초기 투자뿐만 아니라 대학과 기업이 공동으로 운영 및 투자하는 지속 가능한 연구 재정 모델을 마련하고, 공동 연구 인프라 및 연구 행정 지원을 위한 전문 연구 지원 인력의 역할도 제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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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가 발표한 국가 연구소 2.0 (NRL 2.0) 사업은 이런 혁신의 방향과 맞닿아있다. 국가연구소는 새로운 산학연 협력 방식과 연구비 지원 및 운영 방식을 통해 대학 중심의 규모 있는 융합 연구를 지원한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연구 생태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연구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대학 연구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대한민국 대학이 글로벌 연구 경쟁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적극적인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국가연구소가 우리의 연구 경쟁력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새로운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