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배터리 산업 복합 위기, 차기정부는 이렇게 대응해야 한다

[기고]배터리 산업 복합 위기, 차기정부는 이렇게 대응해야 한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
2025.05.15 04:14

휴대폰과 노트북의 부품이던 배터리는 전기차, 재생에너지를 넘어 이제는 인공지능, 로봇 등 미래 첨단기술 전반에 필수적인 품목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 K-배터리는 유례없는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 위기의 핵심은 세 갈래다. 첫째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리스크다. 상호관세와 함께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의무화 철회 등 친환경 정책의 후퇴 움직임이 미 의회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이는 한미 간 배터리 산업 협력의 기반을 흔들 수 있는 불확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둘째는 중국의 급속한 기술 추격과 공급망 압박이다. 세계 최대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저가 공세를 펼친 중국 배터리는 세계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아직 K-배터리가 중국 제외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해 EU(유럽연합) 시장에서는 처음으로 중국이 한국을 앞질렀다. 여기에 흑연 등 핵심 광물의 수출 통제 움직임까지 더해지며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배터리 산업은 구조적 리스크에도 노출돼 있다.

셋째는 배터리산업이 겪는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이다. 초기 수용자에서 대중 시장으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K-배터리는 가격·성능·안전성에서의 혁신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수익성 회복은 지연되고 있다.

이 삼중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차기 정부의 전면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우선 '한국판 IRA'를 도입하여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생산을 유인해야 한다. 미국처럼 투자·생산 세액공제 직접환급 제도를 도입해 국내 생산 기반을 강화하고, 산업 공동화를 방지해야 한다. 이는 지역경제 재생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공급망 안보 강화도 핵심이다. 배터리 업황이 나빠지면서 오히려 전구체, 흑연, 분리막, 전해액 등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중국 의존이 더 심화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소부장 국산화, 구매 촉진, 전략 비축 확대는 물론, 자원외교 강화를 통한 해외 핵심 광물의 안정적 확보와 정제 능력 제고가 병행돼야 한다. 사용후 배터리의 재사용·재활용 시스템을 정비하는 중장기 전략도 필수다.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는 것도 시급하다. 이는 배터리 기술의 확장성과 응용력을 높일 뿐 아니라, 인공지능 사회와 탄소중립 전환에도 효과적인 대응책이 된다. 대규모 국책 R&D(연구개발)와 실증 인프라 투자로 정부가 기술 상용화 초기의 리스크를 분담하고, 민간의 중장기 기술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끝으로, 산업 생태계와 인재 양성의 뒷받침이 없이는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산학연 협력체계를 고도화하고, 미래기술에 적합한 전문 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할 것이다.

배터리는 이제 단순한 제조품이 아닌 국가의 미래 주도권을 좌우하는 국가의 전략 자산이다. 트럼프 리스크, 중국 리스크, 캐즘 리스크라는 '복합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면, 차기 정부는 지금 담대한 산업 전략과 실행 의지를 보여야 한다. 지금이 그 골든타임이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사진=이혜미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사진=이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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