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과 중국이 90일 동안의 관세휴전에 합의하며 글로벌 경제의 긴장이 일시적으로 완화됐다. 미국은 중국 수입품에 부과한 관세율을 기존 145%에서 30%로 크게 낮췄고 중국 역시 미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125%에서 10%로 인하하며 대응했다. 양국 모두 무역갈등 장기화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한계점에 도달했음을 인정한 셈이다.
미국의 경우 고율관세가 자국 경제에 가져온 충격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항만 물동량이 급감했고 중소기업들은 도산위기에 몰렸다. 금융시장도 불확실성으로 요동치자 미국 정부는 기존 압박전략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이미 장기간 지속된 내수침체와 부동산 위기로 경제체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대미수출마저 급감하자 경기침체 압력이 한계에 다다랐다. 결과적으로 두 경제대국 모두 협상테이블에 앉는 것이 불가피했다.
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에 뉴욕과 홍콩 증시는 일제히 상승했고 시장은 모처럼 낙관론을 드러냈다. 전망기관도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낮추고 중국의 성장률 전망 또한 상향조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높은 관세수준과 불확실한 무역환경 탓에 기업들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한다. 투자결정은 미뤄지고 공급망 재편에 따른 부담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한시적 합의의 불확실성과 높은 관세율로 인해 근본적인 경제회복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번 합의는 겉으로 보기엔 양국이 한 발씩 양보한 타협안으로 평가되지만 면밀히 살펴보면 실질적 우위를 확보한 쪽은 중국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미국은 중국의 경제적 양보를 얻기 위해 고율관세 전략을 썼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는 없었고 오히려 자국 경제에 더 큰 손실만 초래했다. 중국은 미국의 압력 속에서도 전략적으로 협상에 임했고 결과적으로 관세인하를 성사시키면서 자국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 이번 합의를 통해 중국은 강력한 대외압박에도 흔들리지 않는 경제적 대응력을 국제사회에 입증한 셈이다.
이번 미중 무역협상 결과는 한국 경제에도 중요한 의미를 준다. 단기적으로는 수출여건 개선과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합의가 90일이라는 제한된 기간에만 유효하고 여전히 높은 관세가 남아 있어 중장기적 불확실성은 사라지지 않았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휴대폰 등 한국의 핵심산업들은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영향권에 계속 노출될 위험이 크다.
결국 이번 협상이 남긴 가장 중요한 교훈은 명확하다. 단기적인 관세완화는 근본적인 해결책일 수 없다는 점이다. 미중갈등이라는 구조적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을 유지하며 핵심산업의 공급망 다변화, 기술자립을 강화하는 대응책이 필수다. 불확실성 시대에 생존을 넘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외부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경제체력'이라는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