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중순 달러당 1470원을 넘어서면서 종가 기준 환율이 연고점을 기록한 이후 5월 초 원/달러 환율은 큰 폭으로 하락하며 1360원선을 위협받았다. 물론 이후 약간의 되돌림이 나타나긴 했지만 달러약세 기조가 빨라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1400원선을 하회한다. 불과 2~3주 만에 100원 이상의 환율하락이 나타난 셈인데 연간 환율 움직임에 필적하는 수준이다. 무엇이 이런 급격한 원/달러 환율 하락 및 높은 변동성을 만들어낸 것일까.
우선적으로 미국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이 급격히 변했다는 점을 거론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후 새로운 행정부의 감세가 미국 경제의 보다 강한 성장을 추동하고 관세로 인해 다른 국가들의 성장이 보다 위축될 것이라는 기대가 강해졌다. 이런 기대는 전 세계에서 미국만이 예외적으로 너무나 매력적인 시장이 될 것이라는, 이른바 '미국 예외주의'(US exceptionalism)라는 수사까지 만들어냈다. 독보적인 미국 경제에 투자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은 미국 자산에 접근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달러를 매수해야 한다. 미국 예외주의는 달러의 초강세를 촉발했고 트럼프 당선 이후 이런 경향은 더욱더 강화된다.
그러나 지난 4월2일 해방의 날을 전후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하면서 투자자들의 인식이 변화하기 시작한다. 우선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에 부과한 고율관세가 미국 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미국 금융시장이 타격을 받았다. 특히 주요 교역국들이 미국 국채 보유비중을 낮출 수 있다는 불안감은 안전자산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이는 달러 표시 자산의 매력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 아울러 관세부과 이전에 해외 제품을 미리 사두려는 대규모 수입수요가 미국의 1분기 역성장을 초래했다.
흔들리는 금융시장과 성장둔화에 대한 우려는 미국 예외주의까지 반영하며 미국 금융시장에 집중된 해외 투자자금의 이탈을 야기한다. 미국 자산을 매각하며 수취한 달러를 팔고 본국 통화를 매입하는데 이 과정에서 달러약세가 빠르게 진행된 것이다.
또한 미국 행정부가 무역협상 과정에서 달러약세를 유도할 수 있다는, 이른바 '플라자합의 2.0'에 대한 기대 역시 환율변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플라자합의는 1980년대 중반 큰 폭의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한 일본의 통화인 엔화를 큰 폭으로 절상한 사건이다. 미국과 대미 무역흑자국들의 관세합의 과정에서 달러약세 및 해당 국가 통화의 절상을 용인하는 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는 현재의 달러약세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다.
정리하면 최근 달러약세는 미국 예외주의가 급속도로 약화했다는 점과 관세협상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큰 폭의 달러약세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다. 관세협상 과정에서 혼란과 달러에 대한 인식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미국에 대한 과도한 낙관과 우려 사이에서 환율 변동성은 당분간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