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자산가의 천국 스웨덴

[MT시평]자산가의 천국 스웨덴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025.06.04 02:05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새로 선출된 제21대 대통령이 6월4일 취임한다. 새 대통령 앞에는 많은 과제가 놓여 있다. 인수위원회도 없이 곧바로 국정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해외 사례가 있다. 바로 '복지국가의 모범'으로 여기는 스웨덴에서 벌어지는 충격적인 부의 양극화 현상이다.

2024년 기준으로 스웨덴에서 10억달러 이상 보유한 자산가의 재산은 GDP의 31%를 기록했다. 이는 주요 20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전년 대비 4%포인트나 급등한 수치다. 더욱 놀라운 것은 1910년 록펠러의 재산이 미국 GDP의 1.5%였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스웨덴에는 이보다 훨씬 높은 비율의 자산가가 7명이나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1996년 순자산 10억크로네 이상을 보유한 사람이 28명에 불과했지만 2021년엔 542명으로 급증했다. 이들의 재산을 합하면 GDP의 70%에 달한다. 2024년 포브스 집계로는 10억달러 이상 자산가가 43명에 이르는데 이는 인구 100만명당 4명의 비율로 미국보다 2배나 높다. 상위 10%가 전체 자산의 74%를 소유한 곳이 스웨덴이다.

이런 현상의 핵심 원인은 20여년 동안 지속된 부자친화적 세제개편이다. 새 대통령이 주목해야 할 것은 이 과정이다. 1997년 H&M 등 대기업의 압력으로 상장기업 주식을 25% 이상 보유한 소유주에 대한 부유세가 폐지된 것을 시작으로 2003년 대주주 배당금 세금 폐지, 2004년 상속세와 증여세 폐지, 2007년 부유세 완전폐지, 2008년 재산세 폐지가 이어졌다. 결과는 극명했다. 현재 스웨덴에선 주식상장으로 459억원의 수익을 올려도 18%의 세금만 내면 되지만 월 300만원을 버는 일반 근로자는 21%의 세금을 내야 한다. 이런 역진적 세제구조가 부의 집중을 가속화했다. 세제혜택이 부자들에게 집중되는 동안 일반 서민들의 삶은 점점 어려워졌다. 전체 인구의 15%가 중위소득 60% 미만의 빈곤층으로 분류되는 것이 스웨덴의 현실이다.

새 대통령이 염두에 둬야 할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본소득 과세를 소홀히 하면 안된다. 전문가들은 1990년대 이후 가처분소득 불평등 증가의 주범으로 최상위 계층의 자본소득 급증을 꼽는다. 노동소득 불평등은 오히려 지속적으로 감소해 문제의 핵심이 자본소득에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대기업의 세제혜택 요구에 신중해야 한다. 스웨덴의 사례는 대기업의 압력으로 시작된 세제개편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셋째, 상속세와 재산세 폐지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스웨덴 억만장자들 부의 70%가 상속재산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의 대물림을 견제하는 장치 없이는 계층 고착화가 불가피하다.

스웨덴의 사례는 복지국가라 할지라도 자본에 유리한 세제개편이 지속되면 부의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더욱이 우리나라는이미 자산 불평등이 심각한 상황이다.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은 경제성장과 분배정의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 스웨덴이 20여년에 걸쳐 저지른 실수를 우리가 반복해서는 안된다.

복지국가의 모범이던 스웨덴도 잘못된 세제정책으로 '탐욕스러운 스웨덴'이 됐다. 복지확대와 기업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우리는 이 교훈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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