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대통령선거가 마무리되면서 금융·자본시장의 주요 불확실성 요인의 하나가 해소됐다. 많은 이가 이제 시장의 향방에 주목하지만 이 과정에서 간과해선 안될 중요한 변수가 있다. 바로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다. 이미 우리 사회에 도래한 현실이며 전문가들은 이를 '정해진 미래'라고 부른다. 한번 시작된 인구추세는 단기간에 바꾸기 어려운 만큼 금융·자본시장이 조속히 완충재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이미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0%를 초과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045년에는 그 비율이 37.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고령층을 위한 다양한 금융상품과 비금융서비스 제공 촉진이 시급하다.
앞서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다양한 대응사례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히로시마은행은 주택개량, 고령자용 주택 소개, 성묘대행 등 비금융서비스 제휴기업을 소개하고 조요은행은 보험·보안서비스를 결합한 생활밀착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보험회사도 보험상품 외에 고령자 관련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민첩하게 대응한다.
우리 금융당국도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한 금융상품·서비스 지원계획을 매년 업무계획에 포함하고 체계적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특히 고령층을 위한 비금융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도록 금융회사의 부수업무 범위확대 등 규제완화가 시급하다.
신탁시장 활성화도 중요한 과제다. 현재 고령층의 자산은 예금과 부동산에 집중됐고 청년·중장년층의 소비력과 자산형성은 매우 제한적이다. 부동산에 쏠린 자산은 처분을 해야 증여나 상속이 가능한 데다 일시에 자산이 이전되는 구조인 반면 신탁은 자산이전을 보다 투명하고 목적에 맞춘 상품개발, 사망 후 정리 및 상속까지 활용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일본의 신탁시장은 GDP 대비 283%인데 반해 한국은 57%에 불과하다.
지역 고령화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일부 지역은 전국 평균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데 이는 지역경제의 활력저하와 지역사회의 결속력 약화를 초래한다. 금융회사의 전문성과 지원을 활용한 지역 맞춤형 금융·비금융서비스 모델로 지역사회 위기완화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
금융정책도 국민복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 일환으로 전 국민 대상 재무상담 바우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재무상담은 고액자산가 대상의 PB(Private Banking) 중심으로 운영돼 일반 국민은 이용이 어렵다.
독자들의 PICK!
정부가 재무상담 바우처를 제공하면 누구나 양질의 상담을 통해 금융이해도를 높이고 은퇴를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 금융회사도 이를 계기로 더 다양하고 경쟁력 있는 상품·서비스를 개발할 유인이 생기고 독립 금융상품자문업자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정해진 미래'는 피할 수 없지만 그에 어떻게 대비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이제는 보다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정책설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