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위임' 강조한 대통령과 의정갈등 해법

[광화문]'위임' 강조한 대통령과 의정갈등 해법

김명룡 바이오부장
2025.06.11 05:30

이재명 정부가 의정갈등 해결, 의료시스템 정상화라는 난제를 떠안았다. 전(前) 정권에서 시작된 혼란이지만 의료관련 문제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새 정권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다. 하지만 의정갈등과 관련해 새 정부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만큼 해당 사안이 엄중하고 적절한 해법을 찾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새 정부는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지난 5일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에서 힌트를 찾아보고자 한다.

"우리는 다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업무를 하는 대리인이니까 국민을 중심에 두고 현재 우리가 할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하면서 이 대통령은 이같이 말했다. 이날 국무회의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국무위원들이 다수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을 향해 "여러분들이 매우 어색할 수도 있지만 공직에 있는 기간만큼은 각자 해야 할 최선을 다하면 될 것 같다"고 당부했다.

위임이란 말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일을 책임 지워 맡김. 또는 그 책임'이다. 정의만 보더라도 위임이란 단어엔 강력한 권한보다는 책임에 무게중심이 실린다. 대통령에게도 국무위원들에게도 어색한 상황이지만 국정을 비워선 안 되니 불편한 동거지만 할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민간영역에서도 국민의 위임을 받는 직종이 있다. 의사,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은 독점적인 지위를 갖게 되는데 그에 맞는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 특히 의사는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환자를 치료할 자격을 갖춘 이들에게 '환자 치료'의 독점권을 위임 한 것이다. 그래서 의사는 단순히 의료기술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공적책임을 지게 된다. 이는 의사가 국민의 신뢰를 받는 근거가 된다고 볼 수 있다.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의료행위를 통해 독점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라고 권한을 보장해 준 게 아니란 의미다.

새 정부는 이 위임이란 말을 의정갈등 해법으로 주요한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강력한 권한에는 이에 맞는 의무란 게 생긴다는 것을 정책의 기본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1년 넘게 이어진 의정갈등에서 독점적 권한을 쥔 의사들의 힘은 대단했다. 의사들의 반발로 내년 입시부터는 의대증원은 없던 일이 됐다. 대한민국의 어떤 이익집단도 정부 정책을 뒤엎은 사례는 거의 없다. 대체할 방법이 없고 국민의 생명권을 볼모 잡은 이들의 힘이 이렇게 강력했다.

의정갈등은 국민의 건강권과 의료계의 기득권 문제가 상충해서 발생한 일이다. 그래서 의정갈등의 해법은 '권한'보다 '의무'를 앞에 두고 찾아야 한다. 이는 정부의 정책도 의사들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장할 수 있는 보건시스템을 위해 의대정원 확대를 비롯한 정책을 우직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의사집단은 밥그릇 챙기기보다 안정적인 의료체계를 만드는 데 동참해야 한다.

'국민'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 공허한 외침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새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그래서 '위임'의 의미를 강조한 이 대통령의 생각이 의정갈등을 풀어나가는데에도 그대로 이어져야 한다.

의사집단의 전향적인 변화도 필요하다. 여전히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고 있고, 의대생 상당수도 수업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직업의 공공성을 기득권 앞에 두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언제까지 아니라고만 할 것인가.

의사들이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기 위해선 '위임'의 정의부터 곱씹어 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지 않고선 밥그릇 싸움이란 프레임에서 벗어나긴 어려워 보인다. 공공의 책임은 적게 지면서 직업의 안정성과 높은 보수만 누리려 하는 의사를 지지할 국민은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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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룡 증권부장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卽罔)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卽殆). 바이오산업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미래 먹거리입니다. 바이오산업에 대한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각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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