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하루 멈춤보다 지속가능한 택배 휴식권이 필요하다

[기고]하루 멈춤보다 지속가능한 택배 휴식권이 필요하다

허성호 서울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2025.08.11 07:00

'택배 없는 날'은 택배기사들의 과로를 방지하고, 일요일을 제외한 주6일 근무가 통상적인 택배기사의 휴식권과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다. 2025년 물류과학기술학회 조사와 2022년 한국교통연구원 보고에 따르면 택배기사 대다수는 주 6일,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휴식권 보장은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하루 전면 중단 방식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는 재검토가 필요하다. 점차 온라인 쇼핑이 오프라인 매장을 대체하면서 '식품사막'이 등장하는 등 택배 서비스의 역할은 한층 확대되고 있다. 이제는 많은 사람이 생활 필수품을 상점에서 사 오지 않고 택배를 통해 받는다. 연휴 때문에 누적된 배송 물량은 오히려 업무 과중을 심화하고 상품 품질을 저하시키기도 한다. 산업계에서는 택배서비스가 일부 공급망을 대체하기도 하기 때문에 택배서비스가 중단되면 시장, 소비자, 근로자 모두에게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 택배서비스의 위상과 중요도가 이전보다 높아진 것이다.

하루 멈춤의 한계, 구조 개선이 해법

이렇게 중요한 시스템이 택배기사들의 헌신에 과도하게 의존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루를 멈추는' 상징적 조치보다는 주 6~7일 근무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는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 이는 택배기사들의 건강권과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 주5일 근무 정착을 서둘러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몇 가지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순환제 휴식 시스템 도입이다. 이미 일부 택배업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모든 배송기사들이 주기적으로 교대 휴무를 가지게 하면서 업무 연속성과 개인의 휴식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근무 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고 긱 이코노미(Gig Economy)를 활용해 신속하게 대체 인력을 투입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AI(인공지능)·스마트 물류 기술을 활용해 물리적인 작업 강도를 낮추고 업무를 합리적으로 배분할 수도 있다.

혁신과 투자로 지속가능한 휴식권

재정 환경도 개선해야 한다. 경제 수준에 비해 과도하게 낮은 택배요금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택배산업을 공급망의 일부로 인식하고, 제조업 수준으로 지원하고 세제 혜택을 줘 산업계가 설비 투자와 R&D(연구·개발)를 통한 자율적 혁신에 나서도록 장려해야 할 것이다.

결국 물류 혁신의 길은 '멈춤'이 아니라 '효율적 가속화'다. 단순히 하루를 멈추는 것으로 택배기사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구조적인 개선을 통해 개별화된 휴식이 보장되고, 신기술을 활용해 운영 효율성이 확보될 때 노동자, 소비자, 산업 모두가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택배 없는 날'은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해줬다. 이제는 그 메시지를 계승하되 지속가능한 프레임 속에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발굴하고 정착시키는 것이 향후 택배산업의 필수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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