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앤트로픽 미토스 사태가 주는 교훈

[투데이 窓]앤트로픽 미토스 사태가 주는 교훈

최재홍 가천대학교 스타트업 칼리지 교수
2026.06.23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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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자동차 규제, 유럽 본토에 패권 내줘
영 왕립학회 기술 공유 산업혁명 일으켜
미토스 규제, 지식 폐쇄 사회로 후퇴한 것

최재홍 가천대학교 스타트업 칼리지 교수
최재홍 가천대학교 스타트업 칼리지 교수

짚신을 만드는 장인이 유명을 달리하는 순간, 아들에게 "털 털 털"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자식에게도 명품 짚신을 만드는 비법을 비밀로 하다가 세상을 달리하는 마지막 순간에서야 내뱉은 말이라고 했다. 가끔 유명한 식당에서 '며느리도 모르는 손맛'이라는 마케팅 문구를 보고는 한다. 그래서 "짚신의 털을 다듬어야 한다"라는 간단한 방법이나,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거쳐 시어머니의 손맛을 다시 만들었다는 인간 승리의 스토리는 음식이나 공예 분야에서 흔한 이야기다. 해외에서도 다르지 않다. 빵이나 치즈 또는 와인, 음식의 레시피를 비밀로 하다가 결국 사라져 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자신들의 오랜 비법을 쉽게 내놓으려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상식처럼 보인다.

개인적인 비법의 비밀차원을 넘어 강제적인 규제로 확산을 막고 역사를 만들 기회를 날려버리는 경우도 있다. 19세기 말 세계 최초로 자동차를 만들었던 영국에서 적기 조례(Red Flag Act)는 자동차의 최고 속도를 시속 4마일(도심에서는 2마일)로 제한하고, 붉은 깃발을 든 사람이 자동차 앞에서 걷도록 강제한 규제이다. 결국 오늘날까지 자동차는 그러한 규제가 없는 유럽의 본토에서 성장했다. 이런 경우는 우리에게도 있다. 조선시대 세종대왕 시절 장영실을 필두로 자격루·측우기·수표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기계 공학적·천문학적 성과를 냈음에도 성리학적 명분론에 사로잡힌 사대부들은 과학 기술을 잡학, 지엽적인 부분으로 치부하며 민간으로의 기술 확산과 상업적 파급을 철저히 막았다. 그 결과는 기술 경제의 쇠퇴와 생산성의 저하로 국력 약화의 핵심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이러한 사례는 한 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다만 개인적인 생각에 아버지가 자식에게 명품 짚신의 비법을 전수했더라면 자식은 대를 이어 아버지의 짚신에서 '명품 가죽구두'를 만들었을 것이다.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손맛을 알았더라면 그 손맛의 재생을 위해 셰프 로봇을 만들었을 수도 있다. 영국이 마차를 가진 부호들의 이익보다 더 큰 대의를 따랐더라면 오늘날의 영국은 지금의 몇 배로 더 큰 국가가 되었을 것이다. 가장 아쉬운 점은 우리 세종대왕께서 만드신 기술이 당시 정밀도나 정확성에서 세계적으로 비교 불가의 혁신이었음에도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모두가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집단이 혁신의 확산을 두려워한 나머지 규제와 통제로 막아버린 비극이었다. 이는 역사적으로 반복되며 개인에서 국가, 더 나아가 인류의 성장을 막았다. 물론 역사적으로 정반대 사례도 있다. 18세기 아이작 뉴턴이 회장으로 있던 영국 왕립학회(Royal Society)에서 내린 결정은 실험과 기술을 공개하고 공유를 위해 인쇄 기술을 통해 신속하게 복제하여 유통하기로 한 결정이었다. 그 결과 지식인들의 개인적인 비밀이 유럽 전체의 '공공자산'으로 전환되며 지식의 독점을 깨고 집단지성을 극대화하며 인류의 산업혁명을 일으키는 시발점이 되었다는 것이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앤트로픽 미토스 사태와 미국의 AI 자국 이기주의를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에 긴 서론을 꺼냈다. 앤트로픽(Anthropic)의 최신 초고성능 AI 모델인 '클로드 미토스 5(Claude Mythos 5)'와 그 상용 버전인 '페이블 5(Fable 5)'에 대해 외국인의 접근을 전면 차단하는 수출 통제 지침(Export Control Directive)을 내린 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처럼 지식과 기술을 물리적으로 가두려는 시도가 21세기 인공지능(AI) 시대에 다시 재현되고 있다.역시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인가. 현재 시점으로는 우리나라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고 있지만 긴 결론보다는 짧은 한마디를 하고 싶다. 역사의 교훈에서 배운 것처럼, 다극화되고 개방적이며 규제보다는 자율적이며 차별 없는 독자적인 우리의 AI가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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