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소장 송인호
임금이란 무엇일까. 임금은 노동의 대가로 지급되는 보상으로, 노동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가격이다. 경제학적으로 임금은 노동의 한계생산성에 기반해 책정되며,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투자, 기술혁신, 숙련 축적과 같은 실질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최근 한국 사회에서 임금이 '정부가 보장해 줘야 하는 복지'의 항목처럼 인식되는 현상은 우려스럽다. 복지는 사회적 취약 계층에게 이전소득을 통해 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으로, 임금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특히 사회적 취약계층에 이전소득을 통해 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이다.
임금을 복지처럼 이해하면 사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업주는 도덕적 평가의 대상이 된다. 임금을 많이 주면 선(善)한 경영자, 적게 주변 악(惡)덕 경영자라는 이분법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시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실제 현실에서 어느 기업이 성과급으로 직원에게 1억 원을 지급했다고 해서 '착한 기업'으로 칭송받을까. 반대로 경영상 불가피한 이유로 임금을 삭감한 기업이 즉각 '악덕 기업주'로 매도될까. 임금이 노동시장에서 정교한 시장의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복지적 관점에서 도덕적 낙인의 도구가 된다면 이는 사회의 큰 어려움이 된다.
물론 최저임금제나 노동 보호 장치 같은 최소한의 안전망은 필요하다. 그러나 임금 자체를 복지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만일 정부가 임금을 복지처럼 강제한다면 기업은 임금 결정 책임을 회피하고 형식적 고용과 단기계약을 늘려 고용의 질을 악화시킨다. 이어서 기업은 형식적 고용과 자동화를 가속한다. 기존 정규직의 안정성은 강화되지만, 청년과 신규 진입자는 더 높은 진입 장벽에 막힌다. 기업들이 채용에 신중해지고 청년층과 경력 단절 여성 등 취약계층의 기회는 오히려 제한된다. 만일 임금이 획일적으로 성과와 무관한 보상 체계가 된다면 인재 유지력이 약화하고 조직 전체가 평균의 덫에 빠진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국 국민의 실질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임금의 복지화는 단기적 분배 개선 착시 효과를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분배할 파이 자체를 줄인다. 임금의 도덕화가 역설적으로 기회의 불평등을 확대한다.
다음 사실은 명확하다. 기업이 스톡옵션이나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도 경영자의 훈훈한 마음이 아니라 인센티브 설계의 산물이다. 성과에 따라 차별화된 보상이 주어져야 전체 조직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장기적 혁신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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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역할은 무엇일까. 우선, 최저임금은 예측할 수 있고 집행할 수 있는 선으로 유지하되, 그 위의 임금 구조는 직무 가치와 성과에 따라 투명하게 설계해야 한다. 둘째, 저소득층 가계 지원은 근로장려금이나 조세·이전을 통해 임금 바깥에서 보완하는 것이다. 셋째, 노사 협상은 이념적 정치 구호가 아니라 데이터에 기반한 직무 가치·숙련 경로·성과 측정으로 구체화하여야 한다. 더 나아가 정부는 인적자본 투자와 직업훈련 시스템을 강화하여 노동자들의 생산성 향상을 지원해야 한다. 임금 수준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대신, 노동자들이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는 것이 근본이다.
임금은 기업과 노동이 성과·숙련·책임·위험을 분담한 정교한 시장의 결과다. 좋은 임금이 단순히 선의가 아닌 것과같이 나쁜 임금이라고 단순히 악의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자. 오히려 시장의 결과가 올바르게 작동하는 제도가 중요하다. 여기에는 생산성 향상, 경쟁, 혁신이 필요하다. 이렇게 임금을 올바른 제도와 정교한 시장의 결과로 이해할 때 노동은 존중받고, 기업은 혁신하며, 사회는 더 넓게 포용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