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 중에서도 난이도가 가장 높은 정책이 바로 부동산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는 28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결국 가격을 잡지 못했다. 이러한 부동산 실패는 정권을 내준 단초로 작용했다.
반면 전임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운이 좋았다. 금리 인상기와 임기가 대부분 겹쳐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유인이 많지 않았다. 오히려 정책 자금을 풀어 하락하던 집값을 돌려세웠다. 자연스럽게 조정될 수 있었던 집값을 부양해 하락을 막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재명 정부는 정권 초반부터 집값이 급등해 애를 먹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내놓은 세번째 부동산 대책인 10·15 대책의 메시지는 뚜렷했다. 어떻게 해서라도 공급을 늘릴테니 당분간 집을 사지 말아 달라는 간곡한 주문이었다. 겹규제를 해서라도 거래를 줄여 급등하는 집값을 부여잡겠다는 목표를 뚜렷이 제시한 것.
그러나 지금 경제 상황은 모든 자산이 급등하는 에브리씽랠리(Everything Rally)가 재현된다. 이러한 시점에 집값을 잡겠다는 목표가 쉽게 달성될리 없다. 사람들은 이미 '부동산 불패 신화'에 빠져 규제가 얼마나 강하더라도 매수를 해야한다는 강력한 심리를 형성했다. 시장은 겹규제를 뛰어넘어 상승 에너지를 쌓고 있다.
충분한 공급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당장 내년과 내후년 공급 물량이 크게 줄어든다. 지금 공급 대책을 내놓더라도 2030년 이후에야 공급이나 착공이 가능하다.
지금으로선 금리 인상이나 강력한 경기 침체와 같은 경제에 충격을 줄 이벤트가 아니고서는 사실상 집값을 잡을 수 있는 대책은 전무하다. 일단 금리 정책 전환은 물가의 급격한 상승과 경기 과열이 나타나야만 가능하다. 다행히 금리 인상까진 아니더라도 금리 인하가 멈출 가능성은 높아졌다. 최근 물가가 한은의 안정 목표인 2%를 넘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원/달러 환율도 고공비행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 불안 역시 금리 인하를 멈출 요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 폭이나 시기, 혹은 방향 전환은 새로운 데이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금리 정책 전환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단, 시장은 실질적인 금리정책 전환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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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심리를 꺾을 또 다른 시나리오는 강력한 경기 침체의 발생이다. 갑작스런 글로벌 충격이 나타나 모든 자산 가격이 급락하는 시나리오다.
일각에선 AI(인공지능) 투자 과열로 촉발된 거품이 빠질 가능성을 제기한다. 거품 붕괴는 증시 추락을 야기해 부동산 불패 신화 심리에도 자연스래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AI 거품 붕괴는 엔비디아를 둘러싼 우려를 볼때 유력한 시나리오 중 하나다. 다만 이로 인해 강력한 침체까지는 오기 힘들 전망이다.
국내 부동산 시장은 심각한 과열 상황이 지속된다. 이재명 정부는 일단 투기과열지역, 조정대상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겹규제를 쌓아 거래를 크게 줄이는데 까지는 성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상승 에너지가 강해 강남권과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지속된다. 거래절벽속 소수 거래가 시장가를 끌어올리는 시장 왜곡 조짐도 나타난다.
외부 요행을 바라기 힘들다면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무너진 시장 신뢰를 쌓는데 주력해야한다. 부동산 가격이 과열인 상황이며, 반드시 안정될 것이란 메시지를 과할 정도로 거듭해서 내야 한다. 무너진 빌라 등 아파트 대체재의 신뢰도 다시 쌓을 필요가 있다. 빠른 공급이 가능한 빌라를 사람들이 안심하고 접근할 고급 상품으로 육성하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서울대 10개 만들기 등을 통해 부산, 대구, 울산, 광주, 대전 등 지방 거점 도시를 문화와 일자리, 교육이 있어 젊은이들이 살고 싶어하는 도시로 바꿀 획기적 대책도 강구해야한다. 이재명 정부가 어려운 과제를 떠안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