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국내 시멘트업계는 사상 최악의 시멘트 판매 감소로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1991년 이래 단 한 번도 판매량이 4000만톤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었는데 지난해 34년 만에 3810만톤으로 추락한 것이다. 2022년 4965만톤까지 상승한 뒤 불과 3년 만에 약 4분의1(23%)이 감소한 셈이다. 전기요금, 연료비, 물류비 등 제조원가 부담이 경영위기의 주 원인으로 꼽힌다. 시멘트업계 위기는 이제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2년 러·우 전쟁 발발로 글로벌 시장에서 연료비가 급등한 뒤 7차례에 걸쳐 약 70% 인상됐다. 최근 인상한 2024년 10월에는 주택용은 동결하고 산업용만 올렸다. 전기료는 높은 인상율로 인해 시멘트 제조원가 비중에서 유연탄을 사용하는 연료비를 제치고 가장 높은 25~30%를 차지하고 있다.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는 유연탄 조달 비용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고환율로 수입비용이 급등할 수 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재도입으로 인한 운송 부담도 커졌다. 화물연대와의 운송료 협상 결과 운송료가 17.5%나 인상(제주지역 16.2%)됐다. 시멘트 수요 감소에 따른 차량 운행률 저하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이로 인한 추가 물류비 부담은 매년 약 700억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업계 전체 당기순이익 4990억원의 14% 규모다.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시설투자비 조달도 시급하다. 일례로 질소산화물 배출 규제 강화 등으로 늘어나는 부과금 등을 완화하기 위해 막대한 시설투자를 단행해야 한다. 생산라인(킬른) 1기당 약 360억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추정한다. 또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시멘트 산업에 필요한 설비 투자는 약 2조9000억원, 연간 운영비는 약 12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기업 혼자 감당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내외적 상황 악화로 시멘트는 생산할수록 손실이 날 가능성도 있다.
철강산업은 원자재·에너지 비용 상승과 환경 규제 강화가 수익을 악화시키는 구조적인 상황에 처했다는 점에서 시멘트산업과 유사하다. 하지만 상황은 조금 다르다. 오는 6월17일 시행 예정인 'K스틸법' 덕분이다. 이 법은 정부 차원의 종합적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산업 경쟁력과 탄소중립을 동시에 실현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철강산업에는 단비와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경제 성장에 민감한 영향을 미치는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핵심 건축자재인 시멘트와 철강 업황 모두 안정화돼야 한다. 시멘트와 철강은 산업적 시너지 측면에서 같이 움직인다. 어느 한 쪽이 무너지면 다른 한 쪽도 힘을 내지 못한다. 이런 관계를 고려해 정부의 시멘트산업 위기 극복에 따른 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다. 질소산화물 배출 부과금을 저감시설 확보를 위한 재원으로 지원하는 방안이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전 세계 대다수 시멘트업계에서 채택하고 있는 순환자원 재활용 여건 개선, 저탄소시멘트의 상용화 등은 여러 회생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시멘트산업이 당면한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되찾을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