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촉법소년 연령 하향, 법감정과 인권 사이의 딜레마

[광화문]촉법소년 연령 하향, 법감정과 인권 사이의 딜레마

기성훈 정책사회부 부장
2026.03.09 05:00
촉법소년(10~13세) 범죄유형별 검거현황./그래픽=이지혜 기자
촉법소년(10~13세) 범죄유형별 검거현황./그래픽=이지혜 기자

"압도적 다수의 국민이 최소 한 살 정도는 낮춰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법무부가 보고한 촉법소년(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 논의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다. 그러면서 "논쟁점을 정리해 보고 국민들 의견도 수렴해 두 달 정도 후에 결론을 내자"며 성평등가족부에 공론화 과정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2022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에도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공약했지만, 구체적인 기준 연령은 제시하지 않았다.

당시 "사회적 인식 수준에 맞춰 적정 연령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법 개정 가능성까지 열어둔 메시지로 해석된다 구체적인 연령(13세), 공론화 시한까지 함께 언급하며 무게가 달라졌다. 1953년 형법 제정 이래 개정된 적이 없는 이 기준을 바꿀 수 있는 논의가 공식 테이블에 오른 셈이다.

촉법소년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청소년으로, 형사 책임 능력이 없다고 판단돼 형사 처벌 대신 사회봉사나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등의 보호처분을 받는다. 가장 무거운 처분을 받아도 최대 2년간 소년원에 수용되는 수준이며 전과 기록도 남지 않는다. 처벌보다는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는 '교화'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찬성론은 현실 변화를 외친다. 70년 넘게 만 14세 미만은 형사처벌에서 제외된 '촉법소년'으로 유지돼왔다. 당시 기준으로는 타당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의 현실과는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다. 중학교 1학년에게까지 '미성숙한 아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게 과연 적절하냐는 주장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소년범죄 보호처분 대상자 중 13세 비중은 14·15세와 비슷한 15% 안팎인 반면 12세는 5% 수준으로 낮다. 불과 한 살 차이지만 약 3배의 격차가 나는 셈이다. 범행 건수 증가도 눈에 띈다. 2021년 1만1677건이던 촉법소년 범행은 지난해 2만1095건으로 약 80% 늘었다. 연령 기준이 고착화된 사이 범죄는 늘어나고 제도는 악용의 틈이 됐다.

가장 뼈아픈 건 "난 어려서 교도소 안 가"라는 조롱이다.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촉법소년 연령대의 청소년들이 어린 나이를 무기로 삼아 성인 못지않은 범죄를 저지를 때마다 법 개정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법감정'을 외면한 채 '교화'만 강조하는 것은 범죄 억제라는 국가의 기본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해외국가의 형사처벌 연령./그래픽=김다나 기자
해외국가의 형사처벌 연령./그래픽=김다나 기자

당연히 반대도 거세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소년범죄 예방에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고 국제 인권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도 "정책적 실효성과 아동 인권을 외면한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반대한다"고 했다.

성평등가족부도 법 개정 논의에서 연령 하향보다 보호 체계 강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촉법소년들의 범죄율만 보는게 아니라 어떻게 범죄를 저지르게 됐는지 배경을 살펴야 하고 그들을 위한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히 숫자 '1'을 두고 다투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10대 청소년 범죄를 어떻게 바라보고, 미래 세대에게 어떤 책임과 기회를 동시에 부여할 것인가를 가르는 정치·사회적 선택에 가깝다. 주목해야 할 것은 '낮추자'는 외침 뒤에 숨어 있는 질문들이다. 촉법소년의 기준을 바꾸는 일은 숫자 하나를 고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10대에게 어디까지 책임을 묻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사회적 기준을 다시 세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촉법소년 연령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공론화 기구가 첫발을 뗐다. 정부와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협의체와 함께 100인 시민참여단도 논의에 참여한다. 이번 공론화 과정이 '처벌이냐 교화냐'라는 단순한 대립을 넘어 아동권리, 피해자 보호, 사회적 인프라까지 검토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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