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복지, 신청 한번에 '통합돌봄']④

그동안 우리나라 돌봄서비스는 비약적으로 확대돼 왔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장애인활동지원에서부터 각종 바우처서비스, 치매안심센터에 가짓수는 다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정작 국민이 체감하는 돌봄의 현실은 여전히 막막하고 고통스럽다. '간병 살인' 같은 비극적 소식은 이제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가족 중 누군가 돌봄이 필요해지면 평온했던 일상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린다.
서비스는 많아졌으나 방향도 체계도 없이 중구난방으로 늘기만 한 탓이다. 종류는 수백 가지에 달하지만, 신청은 제각기 따로 해야 한다. 운영기관도, 선정 기준과 절차도 모두 제각각이다. 서비스마다 범위와 내용이 협소해 정작 필요한 돌봄서비스는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결국 본인이 희생해 시설이나 병원으로 향하거나, 가족이 직장과 사회생활을 포기하고 독박 돌봄에 매달린다. 이런 비극을 막으려면 개개인의 사정에 맞춘 '맞춤형 돌봄 설계'가 필수다. 일상 수발, 영양 관리, 질병 관리, 주택 개조, 병원 동행 등이 현장에서 유기적으로 엮여야 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27일부터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돌봄통합지원법이다. 살던 곳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한 번에 누리게 하겠다고 국정과제로도 공언한 '통합돌봄'이다. 다행히 지난 수년간의 시범사업을 통해 일선 지방자치단체가 책임 있게 나설 경우, 현장의 사정에 맞는 촘촘한 돌봄이 가능하다는 희망도 확인했다. 대부분 서비스의 집행을 지자체가 담당하고 있고, 주민의 실질적인 상황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주체도 지역에 책임이 있는 지자체다.
그런데 중앙정부는 오히려 지자체를 제한하고 있다. 정부는 통합돌봄 대상을 모든 주민이 아니라 노인과 '중증' 장애인으로 한정했고, 더 넓히려면 정부 '협의'를 거쳐야 한다. 지자체 자체사업조차 지침에서 대상을 제한했다. 맞춤형 돌봄을 설계해야 하는 지자체가 직접 주민의 돌봄 필요를 조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자체 조사는 한정적이다.
정부는 건강보험공단이나 국민연금공단 같은 일부 서비스만 담당하는 별도조직에 그 역할을 넘겨버렸다. 지자체가 자체 서비스를 마련할 예산은 시범사업 당시의 절반 수준으로 깎였고, 인력 증원은 턱없이 부족한데 그마저도 '6개월 한시 지원' 뿐이다. 정부는 기존 서비스를 잘 엮는 것이 핵심이라 강변하지만, 정작 칸막이 행정의 주범인 중앙정부 서비스들은 여전히 제각각이다.
제대로 통합돌봄을 하기 위해서는 제도와 행정혁신이 필수적이다. 중앙 정부부터 부서와 담당자별로 쪼개져 제각기 행정편의대로 운영하던 서비스의 칸막이를 과감하게 허물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정부는 혁신이라는 고통스러운 과정 대신 중앙 산하 공공기관에 핵심 역할을 넘기고, 지자체가 필요한 필수적인 지원은 외면하고 있다. 국민은 돌봄의 벼랑 끝에서 아우성치는데, 정부는 말로만 통합돌봄을 외치며 복지부동과 행정 편의로 그 길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