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K-제조의 귀환, 지속가능성 있나

[MT시평]K-제조의 귀환, 지속가능성 있나

윤종석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
2026.04.28 04:10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이 뜨겁다. 역대급 실적에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노동자들의 불만과, 불확실한 경기를 내세운 경영진의 논리가 맞부딪힌다. 과거 국가적 지원과 사회적 기반 위에서 성장한 만큼, 성과를 더 넓게 공유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표면적으로는 노사 갈등이지만, 더 넓게 보면 한국 제조체제가 미뤄온 근본적인 질문이 드러난다. 성과는 세계 최고 수준인데, 그 성과를 만들어낸 사람들의 몫과 지속가능성은 왜 여전히 불안정한가.

K-제조업이 돌아왔다. IMF 위기 이후 각고의 구조조정을 거치며 혁신을 모색했던 한국의 제조업이 다시 국가 전략의 핵심으로 귀환했다. 높은 불확실성 속에서 반도체·배터리·자동차·조선·방산 등 한국 제조업은 불안정한 글로벌 질서를 지탱할 전략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만들 수 있는 능력'이 곧 '버틸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시대다.

이토록 화려한 귀환은 한국 체제의 고유한 힘 덕분이다. 한국은 오랫동안 창조적 선도자이기보단 영리한 추격자였다. 기술이나 산업방향을 먼저 개척하는 모험 대신, 글로벌 시장의 방향이 정해지면 자원을 집중해 전면적으로 구조를 바꾸고 누구보다 빠르게 따라잡았다.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디지털 전환기마다 한국 경제는 붕괴 대신 빠르게 스스로 재편하며 버텨왔다.

하지만 이 유연한 적응성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대략 10년 주기로 산업구조와 기술조건이 통째로 바뀌는 '초재편'의 과정에서, 현장의 숙련과 기술자들의 삶은 존중받기보다는 언제든 교체가능한 변수로 취급받았다. 제조업의 경쟁력은 기술과 자본의 성과로 기록되지만, 그 기반을 지탱해온 노동의 가치는 구조가 바뀔 때마다 너무도 손쉽게 저평가됐다. 그 결과 한 분야의 숙련을 장기적으로 축적하고 자부심을 느끼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문제는 이것이 더 이상 과거의 비용으로만 남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랜 현장 경험을 쌓은 5060 숙련층의 은퇴는 시작됐으나, 그 자리를 채워야 할 청년들은 제조업에서 미래를 꿈꾸지 않는다. 기술과 숙련을 대우하지 않는 사회에서 인재들의 '의대 열풍'은 지극히 합리적인 생존전략이자 필연적인 성적표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더 빠른 재편이 아니라, 어떻게 지속가능한 제조 생태계를 만들지 물어야 한다. 중국은 산업, 교육, 인재, 지역을 묶는 생태계적 발전 전략을 통해 일부 첨단 분야에서 선도자로 부상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빠른 추격과 재편에는 능했지만, 그 성과를 지속할 사회 기반을 충분히 두텁게 만들지는 못했다. 제조업을 단순한 수출 도구나 기업 실적을 넘어, 사회 전체의 기반으로 다시 보아야 한다.

공장과 설비만으로 제조강국은 유지되지 않는다. 숙련을 존중하고, 기술자를 사회적으로 대우하며, 현장에서 일하는 삶이 장기적인 선택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은 단순한 분배 갈등이 아니다. 한국 제조강국의 사회적 계약을 다시 써야 한다는 신호다. K-제조의 귀환이 일시적 성취에 그치지 않으려면, 그 성과를 만들어온 사람들의 삶과 미래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진짜 시험은 지금부터다.

윤종석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
윤종석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