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窓]남자와 여자, 구분보다 공존의 가치 교육을

[투데이窓]남자와 여자, 구분보다 공존의 가치 교육을

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2026.05.12 04:03

편의적 남녀 성구분, 인권 존중과 거리
남녀 상호 대체는 불가 '공존해야 생존'
분리설계 고심보다 사회적 장벽 낮춰야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면 관리적으로 편한 면은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일상 속에서 점점 더 두 성을 구분하고 있는 사회속에서 살아간다. 공항 보안 검색대에서 남자는 남성이, 여자는 여성이 보안 검사하는 것이 보편화 되고, 화장실 청소도 나뉘어 관리되고 있다. 어느 대학에서는 남녀공학으로 변경하려다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까지 남녀를 나누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우리 사회는 이제 성을 단순히 남성과 여성이라는 두 범주로만 인정하지 않고 다양한 성 정체성이 존재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데 만약 성에 따라 해당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대응하기란 간단하지 않다. 모든 상황에서 동일 성의 사람만이 특정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면 사회는 원활하게 돌아갈 수 없다. 이런 대응이 인권을 존중하는 해결책인가에 대해서 우리는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오히려 더 단순한 사실 하나가 간과되고 있다.

남자와 여자는 거의 같은 생물학적 존재이다. 해부학적으로도, 생리학적으로도 차이는 거의 없다. 남자에게도 젖꼭지가 있는 것은 대표적 예이다. 외모적으로 생기는 차이점의 원인은 극소량의 호르몬 작용에서 비롯된 것이다. 여자와 남자는 각각 절반의 유전자를 제공하여 새로운 생명을 만든다. 이 구조 안에서는 어느 한쪽이 더 우위에 있지 않다. 따라서 남자와 여자는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때때로 성별을 지나치게 강조한다. 한편으로는 남성과 여성 사이의 경계를 더욱 엄격히 구분하려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개인의 개성과 표현의 자유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그 결과 때로는 과도하게 노출이 심한 옷차림이나 성적 표현이 공공장소에서 드러나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상황도 발생한다. 이는 성에 대한 민감성이 커진 사회 분위기와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동시에 강조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 사회를 지탱하는 핵심 가치는 결국 인간성을 기반으로 하는 배려이다.

인간은 자라면서 자신의 성에 대한 인식이 생기지만, 본능적으로 다른 성에 대한 원초적 불편감이나 수치심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일정한 수준의 구분과 배려는 필요하다. 그러나 사회적 질서, 안전과 존중을 위한 선을 넘어서 사람을 성으로 규정하는 것을 우선시 한다면, 그 사회는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역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성희롱'이라는 표현은 문제의 핵심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것은 단지 성의 문제가 아니라, 한 인간의 인격을 침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인격 침해'나 '약자 괴롭힘'이라는 표현으로 분류하여 적용하는 것이 더 본질에 가까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상대가 어떤 성인지가 아니라, 그 사람을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것에 있다.

결국 인간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강조하는 방향이 아니라, 공통점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전환이 필요하다. 인간은 지구상에서 유일한 같은 종이며, 서로 협력하고 공존해야만 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 존재이다. 남성과 여성은 서로를 대체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있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존재들 이다.

앞으로의 교육과 사회적 인식 역시 남자와 여자를 구분해 서로를 분리하는 기준을 더 세밀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기반으로 존중하고 이해하는 태도를 키우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차이를 인정하되, 그것이 사회적 벽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성숙한 사회의 모습일 것이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많은 선을 그어왔다. 이제는 그 선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불필요하게 사람을 나누고 있는 것인지 돌아볼 시점이다. 남자와 여자라는 구분을 넘어, 결국 우리는 같은 인간이라는 가장 단순한 사실을 다시 중심에 놓아야 한다.

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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