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 괴테의 아포리즘을 만나라[투데이 窓/손관승]

연금술사 괴테의 아포리즘을 만나라[투데이 窓/손관승]

손관승 전 iMBC 대표
2026.06.10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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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에 비법 주장 연금술사 넘쳐
"공짜처방 써준 의사 조언 듣지말아야"
가치 창출 원하면 괴테 격언 참고해야

있다는 지금은 '연금술사' 시대. 전통적 의미의 연금술사가 평범한 금속을 황금으로 변하게 하고, 늙지 않는 묘약을 만드는 비법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 시대의 연금술사는 퇴직 후에도 '연금으로 술 사는 사람', 100세 시대의 인생 지혜를 은유한다. 그런가 하면 금융시장과 증권가에도 또 다른 연금술사들이 넘쳐난다. 개인형 퇴직연금인 IRP, 주식형 상장지수펀드인 ETF 등 다양한 퇴직연금 상품을 파는 이들을 말한다. 이들이 종종 인용하는 명언이 있다.

"당신이 잠든 사이 돈 버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당신은 죽을 때까지 평생 일을 해야 할 거다." 줄여서 '당신이 잠든 사이에 돈이 일하게 하라'는 이 말은 '패시브 인컴(passive income)', 즉 근로 소득 이외에 자본과 시스템이 스스로 가치를 창출하여 수익을 올리는 구조를 의미한다. AI 인공지능 혁명 시대에 불안한 심리를 파고드는 솔깃한 제안이다. 회사 일은 힘들어도 주식 투자할 때는 눈이 반짝거린다는 직장인이나 한 달에 주식으로 1000만 원 소득을 올렸다는 '월천(月千)거사', 하루에 2000만 원 벌었다는 '양천(兩千)여사' 무용담은 주식투자자 1500만 명 시대의 새로운 풍속도다. 부러운 마음과 시기심이 엇갈리는 한가운데 유튜브나 지인의 추천을 듣고 빚을 내어 투자했다가 불지옥을 맛보고 있다는 하소연도 적지 않다. 유대인 지혜의 원천 탈무드의 충고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공짜로 처방전을 써주는 의사의 충고는 듣지 마라."

진정한 연금술사는 아포리즘에 능하다. 인생의 경험에서 나오는 깊은 깨달음을 간결하고 짧게 표현한 격언 혹은 잠언이다. 괴테는 아포리즘의 달인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파우스트'를 쓴 문인으로만 기억하지만 그는 변호사로 출발해 행정가, 경영자로 활동했으며 바이마르 공국에서 군주의 위임을 받아 세금과 광산업 개발 등 경제문제에 힘을 쏟았던 재상(宰相)이었다. 누구보다 돈벌이의 고단함을 이해하였기에 '눈물에 젖은 빵'이라 표현할 수 있었고, 조직관리와 칭찬의 중요성을 "먼지도 햇볕을 비추면 빛나는 법"이라 말했다.

괴테는 연금술에 관심이 많았다. 필생의 대작 '파우스트'에는 연금술사 이야기가 깔려있다. "부친께선 연금술사들과 어울려서 컴컴한 부엌에 틀어박혀 문을 닫아걸고는, 무진장한 방문(方文)에 따라 상반되는 것들을 조화시키려 하셨지." 파우스트 1부가 젊음을 되찾는 액체로 된 묘약 제조와 이후 장면을 다뤘다면, 2부에서는 마법의 날개를 달고 날아가 궁정에서 지폐를 제조하는 과정을 묘사한다. 뛰어난 작가, 능력이 있는 경영자라면 황금이 어디에 있는지 마법의 지팡이는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던 괴테다운 상상력이다. 프로이트와 함께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의 큰 줄기를 만든 카를 융은 '심리학과 연금술'란 책에서 "파우스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연금술적인 드라마"라고 강조했다.

과학의 탄생과 함께 연금술은 인간의 욕심이 낳은 환상이라는 게 입증됐다. 파우스트 이야기도 물질의 황금에서 정신의 황금으로 끝을 맺는다. 스위스의 경제학자 한스 크리스토프 빈스방어는 '부의 연금술'에서 파우스트를 달리 해석한다. "부의 증식이라는 연금술 본래의 관심사에서 볼 때 실제로 납이 금으로 변화되었는가는 결코 중요한 것이 아니고 가치가 없는 물질이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변화했는가가 중요하다." 성장동력과 가치 창출을 원한다면 괴테가 전해주는 연금술의 언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투자와 도전에는 위험이 따른다. 혼돈과 고난의 길을 겪는 이들에게 괴테는 따뜻한 말로 위로하고 있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기 마련이다."

손관승 전 iMBC 대표
손관승 전 iMB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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