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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의 인공지능(AI) 골든타임이 흘러가고 있다. 우리가 AI를 '논의'하는 사이, 세계는 AI로 '행동'한다. 미국은 AI로 전쟁을 치르고, 중국은 AI로 국가를 재편하며, 중동은 AI로 다음 100년을 사들이고 있다. 두려운 것은 기술의 격차가 아니다. 속도의 격차이고 결정의 격차다. 그래서 'AI 강국'을 외치는 목소리 앞에 한 발짝 물러서서 묻고 싶다. AI 3강은 과연 우리의 진짜 목표인가.
조건부터 따져보자. 한국은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함께 갖춰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을 감당할 수 있고,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없이는 누구도 AI 가속기를 만들지 못한다. 독자 거대언어모델(LLM)과 데이터센터 설계·시공 역량도 보유했고, 유엔 글로벌 AI 허브의 서울 유치까지 추진되고 있다. 잠재력만 보면 한국은 이미 3강 안에 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불편한 이야기를 꺼내야겠다. 2016년 한국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ICT 발전지수에서 175개국 중 1위였다. 우리는 스스로를 '정보기술(IT) 선진국'이라 불렀고, 그 자부심은 어느새 안도감이 됐다. 같은 시간 중국은 인터넷 속도를 자랑하는 대신 창업을 장려하고 실패를 용인하며 수천 개의 스타트업이 경쟁하게 했다. 딥시크는 우연이 아니다. 그 뒤에는 무수히 실패한 스타트업들과, 그 실패에서 배운 생태계가 있었다. 기술을 '보유'하는 것과 '활용'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잠재력과 실제 강국 사이의 간극은 기술이 아니라 방향에서, 그리고 그 방향을 만드는 사람에게서 벌어진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정말 부족한 것은 무엇인가. 인프라도, 자본도, 기술 인재도 아니다. 부족한 것은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다. 우수 인재는 의대로 향하고, 창업을 택한 청년은 안정을 포기해야 한다. 스타트업도 소수에만 자원이 쏠린다. 2~3년 뒤 그 기업들이 기대에 못 미치면 '역시 대기업이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런 구조에서 기업가정신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스타트업이 도전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는 구조에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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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3강'이 우리의 목표가 맞는가. 청년은 희망을 잃고, 양극화는 깊어지며, 인구는 줄어든다. AI 3강이 되면 이 문제가 풀리는가. AI 강국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다만 분명히 하고 싶다. AI 3강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다. 진짜 목표는 AI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기회를 얻고 더 잘 사는 나라여야 한다. 그 길에서 스타트업은 핵심 도전자다. 대기업은 효율을, 정부는 안전을 추구하지만 스타트업은 도전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방향은 알고 있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의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은 컴퓨팅 인프라·데이터·인재를 기반으로 '세계 3대 AI 강국 도약'을 내걸었다. 방향은 옳다. 그러나 그 기반은 위에서 실제로 뛰는 도전자가 있을 때에만 작동한다. 스타트업이 관찰자가 아니라 '설계자'로 그 전략에 참여한다.
이를 위해 한 가지를 분명히 요구한다. 정부는 AI 스타트업의 첫 번째 고객이 되어야 한다. 지금 스타트업에 부족한 것은 아이디어도 기술도 아니다. 시장, 첫 고객, 첫 사례가 필요하다. 올해 국가 예산은 728조원이다. 이 자원의 일부를, AI 스타트업이 세계 무대에 설 실전 사례를 만드는 데 써야 한다. 단순 구매를 넘어 실증사업, 혁신조달, 구독결제 방식 등 다양한 방식이 제도로 자리 잡아야 한다. 소수 기업에 몰아주는 것이 아니라 수십 수백 개 스타트업이 공공시장에서 실증하고 경쟁하는 구조여야 한다. 대한민국의 AI 주권은 모델 하나가 아니라 AI 기업이 살아남는 시장 위에서 완성된다.
우리는 어떤 나라를 원하는가. 잠재력도, 기술도, 사람도 이미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목표, 그리고 결정이다. 멈출 수 없는 미래가 오고 있다. 그 미래의 엔진은 스타트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