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 칼럼] 왜 '권위의 오류(Appeal to Authority)'에 쉽게 빠질까

[유효상 칼럼] 왜 '권위의 오류(Appeal to Authority)'에 쉽게 빠질까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2026.06.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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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9000선을 넘나들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증권사들은 코스피 적정가를 4000~5000선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그 수치를 달성할 거라 믿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었고, 단지 희망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수가 그 전망치를 가뿐히 넘어서자, 보고서들은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말한 적이 없었다는 듯 새로운 목표지수를 쏟아내고 있다. 그 사이 유튜브에는 "지금 들어가도 늦지 않는다"는 단언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댓글창에는 그 한마디에 의지해 계좌를 열었다는 개인투자자들의 후기가 줄을 잇는다. 누군가가 권위 있는 자리에서 그렇게 말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 말이 진실처럼 통용되는 풍경, 이것이 지금 한국 자본시장에서 가장 위험하게 퍼지고 있는 현상이다.

논리학에서는 이런 추론을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Appeal to Authority)'라 부른다. 어떤 주장을 옹호하는 이유가 객관적인 사실에 부합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유명하거나 영향력 있는 사람이 말했다는 사실만으로 무조건 옳다고 믿는 심리적 편향이다. 쉽게 말해, "내용이 맞아서 믿는 게 아니라, 대단한 사람이 말했으니까 맞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전문 분야가 전혀 다른 유명인의 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거나, 학계 의견이 갈리는 상황에서 한쪽 주장만 맹신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유튜브에서 '월가 출신', '천재 투자자'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달고 나오면, 실제 경력이나 성과를 검증해보지도 않고 그의 전망을 추종하기도 한다.

투자의 세계에서 이 권위의 오류가 유독 강력하게 작동한다. 시장의 향방은 누구도 확실히 알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하고 누군가의 확신에 찬 목소리에 기꺼이 자신의 판단을 위탁해 버린다. 이 현상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두 경제 유튜버의 대비다. 경제학과 금융공학을 전공하고 증권사 실무 경험까지 쌓은 한 진행자는 방송에서 늘 "내 말이 틀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단정적인 발언을 의도적으로 피한다. 반면 경제·경영 전공도 없고 투자 실적을 공개한 적도 없는 다른 진행자는 시장의 호황과 불황, 나아가 복잡한 국제 정세까지 단정적으로 진단하는 발언을 쏟아낸다. 흥미로운 점은 신중한 진행자가 '고점 판독기'라는 조롱성 댓글에 시달리는 동안, 확신을 파는 단정적인 진행자는 일부 구독자들 사이에서 '투자 신(神)'처럼 떠받들어진다는 사실이다. 시장은 겸손한 전문가보다 확신에 찬 비전문가의 말에 더 쉽게 끌리는 경향이 있다.

증권사 리포트의 행태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구조적 낙관론과 매도 리포트 회피다. 가장 큰 이해관계는 '주식 거래량 증대'와 '딜(deal) 수임'에 있다. 하락장에서도 "일시적 조정일뿐, 곧 반등한다"는 과장된 낙관론이 판을 치게 된다. 증권사 리포트 중 '매도' 의견이 1%도 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 들어 코스피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국내 증권사와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목표지수를 줄줄이 상향 조정했다. 문제는 이런 상향 조정이 거의 예외 없이 지수가 기존 전망치를 이미 돌파한 '이후'에 나온다는 점이다. 전망이 시장을 앞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먼저 움직인 뒤 전망이 그 뒤를 황급히 좇아가는 '결과 편향'적 구조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매번 새로 나온 목표지수를 '전문가의 최신 판단'으로 받아들이고, 그 숫자가 마치 과학적으로 도출된 미래의 좌표인 것처럼 행동한다.

이것이 비단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와튼스쿨 심리학과 교수인 필립 테틀록은 수십 년에 걸쳐 정치·경제 전문가들의 예측 정확도를 추적한 연구에서, 전문가들의 예측이 평균적으로 일반인의 무작위 추정보다 크게 나을 것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는 하나의 거대한 이론으로 세상을 설명하려는 '고슴도치형' 전문가일수록 예측이 부정확했고, 여러 관점을 종합하며 자신의 판단을 끊임없이 수정하는 '여우형' 전문가일수록 정확도가 높았다고 밝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까지도 저명한 경제학자와 중앙은행 인사들 다수가 위기를 예견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전문가라는 직함이 미래를 보는 능력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전문가의 말에 의지하는 경향은 오히려 강해지고 있다. 한 글로벌 플랫폼이 최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유튜브로 시사 정보를 접하는 한국 시청자의 다수가 유튜브를 고품질 정보 제공처로 신뢰한다고 답했고, 절대다수가 관심 분야의 지식을 넓히기 위해 유튜브를 적극 활용한다고 밝혔다. 신뢰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그 신뢰가 정보의 질이 아니라 조회수와 구독자 수, 즉 인기도에 기반해 형성된다는 점이다.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은 정확한 예측을 한 콘텐츠가 아니라, 가장 많이 클릭되고 가장 오래 시청된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노출한다.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자극적인 제목의 경제 콘텐츠 조회수가 폭증한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리고 한번 특정 진행자의 영상을 즐겨 본 시청자는 알고리즘에 의해 비슷한 논조의 영상을 계속 추천받으며, 결국 자신의 판단과 일치하는 정보만 소비하는 '확증편향'의 회로에 갇히며 다른 의견과는 철저히 격리된다. 이런 구조에서 단정적이고 자극적인 발언을 하는 진행자가 신중한 진행자보다 더 큰 영향력을 얻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조회수가 곧 권위가 되는 경제가 형성된 셈이다.

그렇다고 모든 전문가 인용이 오류는 아니다. 전문가의 견해를 근거로 삼는 것이 정당한 논증이 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그가 실제로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갖췄는지, 그 분야 전문가들 사이에 합리적인 합의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 주장이 검증 가능한 근거와 논리를 동반하고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반대로 그가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에 대한 설명 없이 결론만 던지고 있다면, 그것은 권위가 아니라 단지 확신에 찬 어조일 뿐이다. 좋은 투자 정보와 나쁜 투자 정보를 가르는 기준은 결론의 화려함이 아니라 논거의 투명성에 있다.

투자자가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첫째, 그 전문가가 과거에 내놓은 전망과 실제 결과를 대조해 보는 것이다. 적중률을 공개하지 않거나 과거 발언을 자주 지우는 진행자일수록 경계할 필요가 있다. 둘째, 그 전문가가 그런 결론을 내림으로써 얻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조회수, 광고, 유료 강의나 리딩방으로 연결되는 구조라면 그 발언에는 이미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고 봐야 한다. 셋째, 같은 주제에 대한 반대 의견을 의도적으로 찾아보는 것이다. 알고리즘이 보여주지 않는 견해를 직접 찾아 나서는 수고를 들이지 않으면, 누구도 자신과 비슷한 의견만 소통하며 신념을 증폭시키는 '에코챔버(Echo Chamber)' 밖으로 스스로 걸어 나올 수 없다.

이런 점검을 거추장스럽다고 여기는 투자자가 많다는 사실 자체가,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가 왜 이토록 끈질기게 살아남는지를 설명해 준다. 스스로 재무제표를 들여다보고 산업의 수급을 분석하는 일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반면 신뢰할 만한 누군가의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은 즉각적이고 손쉽다. 인간의 사고는 본래 인지적 노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고, 권위에 대한 의존은 그 최소화 경향이 만들어내는 가장 흔한 지름길이다.

잘못된 정보를 별다른 의심 없이 받아들인 대가는 다른 영역에서는 약간의 무안함으로 끝나지만, 투자 시장에서는 엄청난 금전적 손실로 직결될 수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런 의존이 반복될수록 투자자 본인의 판단력이 오히려 퇴화한다ㄱ는 점이다. 스스로 분석하고 틀려본 경험이 쌓여야 다음 판단의 정확도가 조금씩 올라가는데, 매번 누군가의 결론에 무임승차하는 투자자는 그 학습의 기회 자체를 박탈당한다. 결국 시장에서 살아남는 사람은 확신에 찬 전문가를 추종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확신도 끝까지 검증하기를 멈추지 않은 사람이다. 권위는 인용할 대상이지 복종할 대상이 아니며, 그 차이를 잊는 순간 계좌는 더 이상 투자자 자신의 것이 아니게 된다.

전문가들의 화려한 경제 전망의 본질은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신비로운 '크리스탈볼(Crystal Ball)'이 아니라, 각자의 욕망과 이익이 투영된 '만화경(萬華鏡)'에 가깝다. 전문가의 입을 믿지 말고, 냉정하게 전문가의 논리를 따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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