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 칼럼] 왜 '가짜 뉴스'보다 '클릭베이트(Clickbait)'가 더 무서운가

[유효상 칼럼] 왜 '가짜 뉴스'보다 '클릭베이트(Clickbait)'가 더 무서운가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2026.08.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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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오늘날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디지털 화면은 언어와 영상, 그리고 인간의 본능적 욕망이 매 순간 격렬하게 부딪히는 거대한 격전지다. 아침에 눈을 떠 스마트폰을 집어 드는 순간부터 밤사이 포털 사이트 메인 페이지를 채운 헤드라인들, 유튜브와 틱톡의 추천 알림, 각종 소셜 미디어 타임라인은 '속보, 충격, 결국, 밝혀진 전말, 말잇못' 같은 극적이고 자극적인 단어들로 오색찬란하게 도배되어 있다. 현대인은 하루에도 수십 번, 많게는 수백 번씩 이 강렬한 시각적·언어적 자극에 시선을 빼앗기고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움직여 화면을 터치한다.

이처럼 정교하게 설계된 자극적인 제목과 맥락을 왜곡한 썸네일(Thumbnail)을 활용하여 대중의 호기심, 불안, 분노, 공포를 자극하고 클릭을 유도하는 이른바 '클릭베이트(Clickbait, 낚시성 콘텐츠)'는 이제 인터넷상의 가벼운 상술이나 일탈의 영역을 아득히 넘어섰다. 이는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전체를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대중의 심리적·감정적 에너지를 피폐하게 만드는 사회적 질병이자, 미디어와 언론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뿌리부터 흔드는 침묵의 폭력으로 자리 잡았다.

디지털 미디어의 폐해를 논할 때 흔히 '가짜 뉴스(Fake News)'의 위험성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사회의 건강성을 위협하는 측면에서 볼 때, 정작 더 무섭게 경계해야 할 대상은 가짜 뉴스가 아닌 클릭베이트다. 두 현상 모두 미디어 환경을 혼탁하게 만들고 혼란을 준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기만 방식과 사회적 방어 기제를 무력화하는 능력에서 클릭베이트가 훨씬 더 교묘하고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가짜 뉴스가 존재하지 않는 거짓 정보를 100% 창작해 대중을 선동하는 '정치적 무기'라면, 클릭베이트는 미미하거나 왜곡된 사실을 숨긴 채 제목과 포장만 극적으로 부풀려 트래픽과 광고 수익을 낚아채는 '상업적 낚싯바늘'에 가깝다. 가짜 뉴스는 명백한 거짓이기에 밝혀지는 순간 범죄가 되고 법적·사회적 제재의 대상이 되며, 독자 또한 강한 경계심을 갖는다. 반면 클릭베이트는 다르다. '약간의 사실'이라는 면죄부를 쥔 채 합법과 비윤리의 경계에서 교묘하게 움직인다. 기사를 클릭하고 들어와 낚였음을 깨닫더라도, 클릭이라는 행위 자체를 완수하는 순간 이미 목적은 달성된다. 법과 제도의 그물망을 쉽게 빠져나가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최근 이 두 악재가 손을 잡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독립적으로 존재하던 '거짓 정보(가짜 뉴스)'와 '상업적 포장(클릭베이트)'이라는 두 유령이 융합하면서, 진위 판단조차 불가능한 거대한 교란 무기가 탄생한 것이다. 가짜 뉴스 생산자들이 더 넓고 빠르게 허위 정보를 퍼뜨리기 위해 클릭베이트 특유의 자극적인 헤드라인과 합성 썸네일 기법을 적극 채택하면서, 정보 왜곡의 속도와 파급력은 개별 매체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 침투 범위도 넓다. 특정 플랫폼이나 일부 개인 방송에 국한되지 않고, 전통 저널리즘부터 뉴미디어, 금융·경제, 연예·문화 영역까지 사회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공공의 이익과 사실 보도를 최우선해야 할 메이저 언론조차 조회수 경쟁에 내몰려 저널리즘의 기본 윤리를 저버리는 일이 일상화됐다.

대표적인 수법이 확정되지 않은 내용을 확정 판결처럼 써 붙이는 것이다. '쿠팡, 정보유출 1인당 10만 원 배상…총 3.8조 원 규모' 같은 헤드라인은 마치 사법부 판결이 이미 내려진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막상 클릭해 보면 아직 법적 공방이 시작 단계이거나, 원고 측이 제시한 청구액에 불과한 경우가 다반사다. 완전한 날조는 아니지만, 확정되지 않은 주장을 사실처럼 위장해 대중의 불안감을 갈취하는 전형적인 클릭베이트다.

문화·연예 영역에서는 전체 맥락을 왜곡하는 '맥락 커팅(context cutting)' 수법이 흔하다. 드라마 속 인물이 극 중 사망하는 장면을 캡처한 뒤, 배우의 실제 사진과 함께 촬영장에서 사망한 듯한 문구를 붙이는 식이다. 그러나 실제 본문에는 드라마 줄거리 한 줄만 덩그러니 적혀 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같은 뉴미디어 플랫폼에서는 양상이 더 잔혹해진다. 시각적 자극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는 숏폼·동영상 플랫폼에서는 악의적으로 합성된 썸네일과 자막이 핵심 무기다. 아무 문제 없이 건강하게 활동 중인 유명 가수의 얼굴 옆에 영정 사진과 촛불, 눈물 흘리는 지인을 합성해 넣는다. 시한부 판정을 받아 재산 분할이 시작됐다는 식의 문구를 내걸어 수십만 조회수를 끌어모으는 사이버 렉카(이슈 추적형 자극적 채널)들이 기승을 부린다. 여기에 더해 '내일부터 전 금융권 계좌가 정지된다'는 식의 경제적 공포 마케팅과, 이름·장소·원인을 숨기는 정보 차단형 기법도 동원된다.

이렇게 고착된 생태계는 미디어와 공동체를 서서히, 그러나 근본적으로 병들게 한다. 그 경로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클릭베이트는 미디어 생태계 전체를 '양치기 소년'으로 만들어 저널리즘 본연의 가치를 도태시킨다. 오랜 시간 공들여 취재하고 검증한 양질의 저널리즘이 몇 초 만에 조작된 낚시성 기사의 물량 공세에 묻힌다. 반복해서 속은 독자는 "어차피 인터넷 기사는 다 거짓말"이라는 냉소에 빠진다. 이는 개별 언론사는 물론 미디어와 공적 정보 전달 체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진다.

둘째, 정보 탐색의 효율은 떨어지고 심리적 피로는 쌓인다. '정보의 바다'라 불리던 디지털 공간은 이제 가치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 찌라시와 낚시성 글, 팝업 광고의 쓰레기장을 헤매야 하는 감정 노동의 공간이 됐다. 속았다는 걸 알면서도 또 클릭하는 악순환 속에서, 대중은 만성적인 미디어 피로감을 안고 산다.

셋째, 클릭베이트는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고 합리적 담론을 방해한다. 클릭을 부르는 가장 확실한 감정은 분노와 공포, 혐오다. 클릭베이트 제작자들은 조회수를 위해 젠더 갈등, 세대 균열, 정치적 대립, 계층 간 위화감을 자극하는 프레임을 적극적으로 생산한다. 이런 프레임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사람들은 기존 편견을 강화하는 확증 편향에 빠지고, 이는 집단 간 대립을 격화시켜 대화와 타협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넷째, 조회수가 곧 광고 수익으로 직결되는 구조 속에서 정직하게 사실을 보도하는 창작자보다 자극적으로 가공하는 어뷰저(Abuser)에게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가는 기형적인 어뷰징(Abusing, 부당하게 트래픽을 올려 수익을 챙기는 행위) 생태계가 굳어진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시장에서 양질의 콘텐츠 생산자를 도태시키는 전형적인 부작용이다.

결국 가짜 뉴스가 눈에 보이는 '적'이라면, 클릭베이트는 미디어의 탈을 쓰고 우리 사회의 신뢰를 천천히 말려 죽이는 '유령'과 같다. 이 무분별한 폭주를 끊으려면 언론이나 제작자 개인의 선의에만 의존하는 미봉책이 아닌, 시스템적이고 구조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글로벌 플랫폼과 포털은 단순 클릭 수나 일시적인 조회수에만 과도한 가중치를 부여하는 현행 추천 알고리즘을 시급히 개편해야 한다. 체류 시간의 질, 이탈 여부, 신고 지표, 사실성을 종합 평가하는 알고리즘 재설계가 이뤄져야 자극적인 콘텐츠의 부당한 특혜를 막을 수 있다.

이와 함께 명예를 훼손하거나 공포와 혐오를 유발해 부당한 광고 수익을 챙기는 '자극적 콘텐츠 채널'과 '조회수 조작을 일삼는 매체'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포함한 강력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 대중 스스로도 자극적인 제목과 썸네일에 무조건 반응하기보다, 정보의 출처와 매체의 신뢰도를 확인하고 낚시성 콘텐츠를 외면하는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를 길러야 한다.

상업적 욕망이 만들어낸 낚싯바늘을 부러뜨릴 가장 확실한 무기는 냉철한 판단과 단호한 외면이다. 거짓과 자극적인 언어가 시선을 교란하는 초연결 시대일수록, 우리가 지켜내야 할 것은 화려한 헤드라인이 아닌 진실을 담은 정직한 언어다. 자극의 유혹에서 벗어나 참된 목소리에 응답하는 순간, 미디어의 그늘 속에 숨어 있던 유령은 비로소 형체를 잃고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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